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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트래킹 여행기 5

by 북한산78s 201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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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타다파니의 새벽 하늘엔 별이 보석처럼 박혀있었다.

카메라를 어두운데서 찾는 게 쉽지 않아 룸메가 깰까봐

포기했지만 잘 찍혔을지도 의문이다.

너무나 추워서 밖에 잠시라도 있는 게 힘들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새벽에 화장실 가는 일이다.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반드시 한 번은 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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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들의 모습들이 나타날 즈음.

아침 식사를 했다.

밥을 먹다가 뛰쳐나가 사진을 찍는 일이

빈번하다.

일출에 불난 것 처럼 물든 산을 찍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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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피곤했던 나는 코를 곯았다.

룸메가 못살겠다 갈아보자며 자기는

룸메운이 없다며 투덜대는 통에 기죽었다.

나는 아주 피곤하면 코를 곯기에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첫날 혁이 아빠가 건넛방에 자면서 코를

곯아서 내가 목조르는 시늉을 하며 잠을

못잤다고 투덜댔는데 내 일이 되었다.

혁이아빠에게 말하자 그래서 남말하면

안되는 거라며 놀린다.

귀마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게

롯지는 바로 옆방소리가 룸안의 소리보다

더 잘 들린다는 점인데 대한항공에서도

귀마개를 주지만 더 좋은 귀마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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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해 분주한 아침.

뭔가 부산하면서 활동적이다.

이 날 우리는 죽음의 계단인 '촘롱'을

지나야 하는 날이다.

'촘롱'은 업다운 합쳐서 4000 계단이 넘는 곳으로

오늘만 가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날도 그대로

업다운 4000 계단을 넘어야 한다.

말이 4000 계단이지...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본래 오르는 일보다 내려가는 일을 못한다.

내려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천천히 가기도 하고 폭이 좁은 계단은

뛰어내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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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잘 보이다가도 금방 구름에 덮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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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마음이 들뜨는 날이지만

간밤에 독하게 걸린 감기로 인해

양쪽 코가 막히고, 목구멍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뎌야했다.

물을 마셔도 바로 갈증이 났고 목구멍끼리

들러붙는 경험이었다.

코는 너무 풀어 현재 다 헐어버렸다.

코를 푸는 일도 부끄러움 이런 거 없다.

무조건 코만 나오면 풀고 손으로 한 쪽 콧구멍을

막고 팽~~푸는 연습을 했다.

누구는 군대에서 터득했다지만 난 어려웠다.

오는 날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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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이들이 마신 맥주병.

히말라야 맥주 엄청 맛있다.

올라가다가 롯지에서 쉴 때 마시는

맥주맛은 캬아~~~

사실 나는 내려올 때 지누에서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마셨는데 속으로는

세 캔은 마시고도 남을 기분이었다.

네팔 술은 정종식의 밀보다 작은 곡식으로

만든 '럭시'가 있고 우리나라 막걸리

비슷한 '창'이 있다.

창은 마셔보지 못했고 히말라야 맥주맛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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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간식 중에 팝콘이 있는데

우리가 롯지에서 쉴 때 간혹 간식으로

'폽콘' 하며 셀파들이 갖다주었다.

그러면 여자들은 마구마구 퍼먹었다.

팝콘은 이들은 그냥 냄비에서 튀기는데

간혹 부엌에서 팝콘 튀는 소리가 빵빵났다.

그러면 얻어먹고파서 그 주위를 어술렁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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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파니에서 촘롱으로 가는 길.

상당히 아름답다.

파란 밀들이 우리를 봄의 향연으로 초대했고

언제 겨울을 지났나 싶게 향긋한 바람이 솔솔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초록이 주는 기쁨은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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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던 밀밭을 지나 아래서 위로 찍은 사진.

난 이 길이 참 좋았다.

절로 아름다워지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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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우산을 처음봤다.

저렇게 신발이나 운동화를 말리는

이들을 자주 본다.

네팔인들은 아이들도 어른도 뭐 달라는

이들은 거의없고 순진하다.

딱 한 번 '스위트~~?' 하며 뭘 달라는데

주지못했더니 삐지는 꼬마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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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봐~~~"

찰칵!

나는 사진을 찍느라 여러 번

겁대가리없이 고함을 질렀다.

그때마다 오빠가 소리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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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추워서 감기에 걸린 나는 내복상하에

4개의 옷을 껴입었지 뭐야~~

그래서 이 롯지에서 쉬면서 빈 방에 들어가 아래

내복과 위 내복을 다 벗었다.

홀가분했다.

그리고 어지간한 건 다 벗고 가벼운 차림이 되었다.

하지만 여차하면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일 위에

두었다.

세르파들에겐 가끔 우리가 먹는 간식을 챙겨주어야 한다.

그들도 같은 사람이라 추울 때 춥고, 배고플 때 같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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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위에 남아 다리를 지나가는 모든 멤버를 다

찍어주었다.

멀리도 가까이도...

손을 흔드세요~~다리를 벌리세요~~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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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촘롱이 가까워지면서 양들의 존이 나타난다.

네팔에는 3000 미터 이상에서 사는 야크들이 있다.

이들에게서 나오는 젖으로 만든 치즈도 사왔다.

구워서 먹는 치즈의 맛이 아주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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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배낭은 30리터를 가지고 간다.

내겐 25리터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30은

되어야 편할 것 같아 가기 전날 따로 30리터를

하나샀다.

역시 편했다.

25리터와는 완전 다르다.

물통에 간식에 휴지에, 옷 두어 개와 모자, 썬글라스

그리고 카메라와 썬크림이랑 몇 가지 유용한 잡품들.

25리터를 가져온 이들도 있고 40리터를 가져온 이도 있었다.

배낭은 다나디자인 것을 제일 알아주고 편리하다고 한다.

벨트는 따로 주문구입해야 하는 제대로 된 배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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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쉬는지 모를 포터들.

개인적으로 온 이들은 포터 한 명 고용에

하루에 10달러씩이다.

10일이면 100불이면 된다.

그리고 숙소와 식비를 계산하면 우리의 경비에

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온다.

하지만 이런 고산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훌륭한 가이드와 세르파가 있는 게 안전하다.

식사를 개인적으로 할 경우 네팔식으로 하게 되는데

10일이면 약 5-10키로가 빠진다고 한다.

나는 그게 좋긴한데..일단 살아야 하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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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미리 싸게 구입하면 80만원대에

구할 수 있고 경비를 이리저리 다 치면

150만원이면 넘치는 돈이다.

우리야 280만원 정도 들었지만 먹고 안전함에

그 비용을 지불했다고 치면 된다.

혼자 50일간 다녀본 사람말이 그게 그거란다.

차라리 다 알아서 해주는 여행사를 통해서

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들이 혼자 포터를 데리고

장비까지 빌려서 온 경우가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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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는 에베레스트 BC와 랑탕과 안나푸르나BC가 있다.

랑탕도 4400이상을 올라가고 에베레스트는 제일 높다.

이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기는 안나푸르나가 제일이다.

그냥 제주 올레길을 가는 그런 트레킹에 고산이라는

거대한 벽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고산이라는 벽이 누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는 벽이다.

나도 확실히 느끼게 되는 게 안나푸르나를 다녀오면 반드시

그 주변이나 그 곳을 다시 가리라는 확신이다.

이상한 마력에 빠져서 헤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한 번 간 이들이 다시가곤 하는 곳이 히말라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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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보기 힘들다.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섰다.

봐주기 힘들다.

내가 나 자신을 보기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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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아래로 끝없이 내려가서

다시 끝없이 올라온다.

아무도 가지않은 길이 아니라 누군가

다녀간 이 길을 나는 마치 아무도 가지않은

길처럼 탐험하듯 걷는 것이다.

콜롬버스나 힐러리처럼 앞서 간 탐험가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왜 이런 짓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품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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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한 마리가 낮게 난다.

잘 생겼다.

잘 생긴 안나푸르나 산에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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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은 묶었을 오래된 이끼내음이 났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천연의 산소.

그리고 피플, 조용한 침묵...평화, 신.

이런 단어들이 나를 휩싸고 돈다.

침묵 속에 나를 가두고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너무 쉽게 살아온 나 자신을 발견한다.

너무 쉬웠지....살아온 게.....아무리 힘들다해도

아마 쉬웠을거야~~~

어려워지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사에

지나치게 간단하게 생각한 흔적들이 내 삶에 역력하다.

혼자서 평화를 밟으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사념으로

복잡해졌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시간, 이 평화와

침묵과 고요가 주는 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들로 조용하고 심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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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아무도 없다.

오로지 신만이 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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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촘롱이다.

누구는 계단을 센다고 했지만 

지겨워서 다 그만둔다.

힘이 더 드니까.

아마도 내려가는 계단 2400 개쯤.

올라가는 계단 그 정도쯤.

촘롱은 계단만 빼면 풍요로운 동네였다.

내려가는 날은 산에 구름이 끼었는데

돌아오면서 보니 완벽한 풍광을 지닌 곳이었다.

안나푸르나와 힌출리, 마차푸차레가 다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였다.

더러는 우리와 같은 길이 아닌 나야폴에서 지누를 거쳐

바로 촘롱을 지나 도반으로 가서 ABC에 간다.

그렇게 트레킹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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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저기서 왔다니까요...

5시간은 족히 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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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방식의 방법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일도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네 맞습니다, 맞꼬요~~빵뻡이 있습니다.

지그재그?

타이거?

걍?

에라~~난 모르겠다.

무릎보호를 위해 그냥 한 칸에 두발씩.

무릎은 한 번 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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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느낀건데

닭들이 아주 잘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네팔 토종닭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맛있고 육질이 질기다.

그리고 크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시누아에 도착했다.

이 시누아에서 우리는 갈 사람과 못갈 사람이

구분되어져야하고 이 이상은 말도 못다닌다.

그래서 시누아 입구에는 빨간 간판이 있다.

간 큰 젊은 친구 몇 명이 샤워를 했다.

되도록이면 하지않는 게 제일 좋다.

은이가 샤워를 해서인지 올 때까지 시름시름 앓았다.

나는 아파서 저녁도 굶고 7시부터 침낭에 들어가서

약을 먹고 곯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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