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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트래킹 여행기 4

by 북한산78s 201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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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 일어나 푼힐을 갈 준비로

식당에 내려가 스프를 한사발 마시고

헤드랜턴을 켜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배낭은 간소하게 하고 푼힐로

출발을 했다.

두 여성이 가지않겠다고 나선 건 눈발이 날리고

아마 가봐도 일출을 못볼 가능성이 높아서였다.

일출을 보지 못해도 그 유명한 푼힐에 여기까지

와서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건 아니되지...

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도 있지만 다리가 무거웠다.

내 처지에 며칠 간 줄기차게 걸은 게 이제야 슬슬

효력발휘를 해서인지 알이 박히고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푼힐에서 만난 호주 기타맨.

(저 들은 왜 얼굴도 안붓는거야?)

명랑, 쾌활이지만 나중에 만나보니 장이 탈나고, 두통에

엄청 고생을 해서 ABC에는 못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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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은 예상대로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눈은 계속 내렸다.

쓸쓸하게 처져서 혼자 어두운 길을 올라가자니

좀 무섭고 처량한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새벽에 500미터 이상을 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눈까지 내려 힘들었다.

내가 올라가자 오빠가 놀래면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라왔냐고 하면서 신기해했다.

정말 정신력으로 버틴다고나 할까?

중학생 봉사단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우리 뒤를

이어 올라왔는데 이 녀석이 귀여웠다.

이리와서 아줌마랑 기념촬영하자~~~~넵!!!

그 아이도 퉁퉁붓고 나도 퉁퉁부어 누가 아줌마인지

구별이 안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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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서 아래를 보고 한 컷!!

아래 사람들에게 고함을 치며 나를 찍으라고

소리지르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 했다.

고산에서는 소리를 크게 내어도 안되고, 크게 웃어도

안된다.

그 모든 것이 자기 건강지키기 수칙에 들어간다.

소리를 지르다가 겁이 덜컥 난 나는 그냥 내가

아랫쪽을 찍는 걸로 만족을 했다.

그 멋지다는 푼힐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씁쓸하게 우리는 하산해야했다.

그러나 안개낀 푼힐도 그런대로 위로는 되었다.

우리야 그렇치만 푼힐만 보고 봉사간다는 아이들은

어째야 하는거야?

대신 내 눈으로 봐준다고 할 수도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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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룸메는 푼힐을 못본 게 우리의 액땜이라며

위로를 하고 아마도 ABC는 잘 볼거야 라며

주문을 걸었고 나도 내 복이 아마도 다른 건

다 잘 보게 할 거라며 큰소리 쳤다.

럭키 우먼이 나간다 ~~ 길을 비켜라~~

하지만 아침후 출발한 데우렐리를 향한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한 시도 발이 미끄러질까봐 땅에서 눈을 뗄 수

없었으며 눈만 살짝 제치면 빙판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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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웠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원시의 숲에 내린 눈이라니~~

곳곳에 늘어진 길다란 이끼사슬에도 눈이 담뿍,

계곡물 따라 늘어선 돌맹이들에도 눈이 가려지고

숲 속엔 온갖 사슴과 동물들의 형상이 눈으로 인해

조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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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J선생은 눈밭에 누워 러브스토리 흉내를 내고

뒤쳐지는 이들을 기다리며 손을 호호 불기도 했다.

눈이 내리는 날은 절대 팀에서 이탈하거나 먼저 가면

안된다는 대장님의 지시가 있었다.

지루해도 뒤팀을 기다려서 같이 행동해야했다.

눈이 길을 없애고 자칫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이어지고

계곡에 빠질지도 모른다.

중국 젊은 이 두어명이 아이젠이 없어 헤매고 있었다.

아예 앉아서 기어내려가고 있었다.

만리장성들이라니~~

이런 겨울에 이런 산에 오면서 아이젠을 빠뜨리다니.

에잇~~ 만리장성.

하지만 나중에 한국인 열댓명이 다 아이젠을 갖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고 우리 걸 주려고 했으나 이미 카고백 안에

든 아이젠은 저만치 달아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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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온 두 선후배.

찰떡이 따로없이 붙어 다니는데

처음에 공항에서 보고 엄청 등산 잘하는 포스를

느껴 내가 주눅이 들고 말았건만...다행하게도

아니 고맙게도 너무나 천천히 걸어서 우리 팀의

꽁지담당이었다.

덕분에 나는 꼬리를 면하고 당당하게 다녔다.

저렇게 천천히 걷는 이들에겐 거의 고산증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고산증이라는 게 무엇을 가리거나 하진 않는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느닷없이 찾아오는 게 고산증이다.

건강하다고 자부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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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파들은 구형 아이젠을 갖고 왔다.

그래서인지 자꾸 미끄러졌다.

마음이 아파 나중에 우리들의 아이젠을

주려했으나 대장말이 그들은 줘봐야 자꾸

다시 팔거나 해서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이젠을 믿고 땅을 콱콱 밟으니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에 영 불편했다.

4-5명의 여성들이 발바닥 통증을 호소했다.

속으로 나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에

흐뭇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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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족들이 만든 제단이다.

길게 세운 커다란 천은 '룽가'라고 하고

저렇게 여러 장 날리는 것은 '타르초'라고 한다.

저기에 새겨진 경전이 바람에 날리면 그 횟수만큼

경전이 널리 퍼진다고 믿는다.

저 제단에 기댄 채 따뜻한 물과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저런데서 먹는 간식은 정말 맛잇고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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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손가락이 시리다.

쉴 때도 그렇고 출발할 때도 그렇다.

하지만 30분 걷다보면 손이나 발의 시림은

곧 사라진다.

으슬거리던 어깨도 바로 땀이 나고..

저렇게 긴 시간을 걷다보면 땀이 푹 젖어 쉴 때는

무조건 따스한 옷으로 겹쳐입거나 갈아입는다.

그러지않으면 감기로 꽤 고생한다.

히말라야 감기 그거...무시할 거 못된다.

실력자들은 땀이 나기 전에 옷을 벗고 아예

땀을 차단시켜버린다.

그리고 쉴 때는 옷을 껴입거나 몸을 보호한다.

난 늘 땀이 났고 쉴 때는 옷을 껴입었다.

주로 오리털을 가방에 넣어다니고 쉴 때는 껴입었다.

몸을 씻지 않아도 땀을 그리 흘려도 신기한 건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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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거스릴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저절로 생긴 위용마저 우리를 지배했다.

웃을 수도 없는 자유를 부여했다.

그리고는 우리를 내려다본다.

그 조용한 힘에 굴복하며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한 채 우린 소리죽여 걸었다.

소리칠 수 없는 침묵이 존재했다.

나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이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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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휘감기는 안개와 눈발이 그리 만들었지만

그 속에 갇혀있었을 수많은 언어와 감각들을

생각하면 아쉬웠다.

배병우의 소나무가 여기에 오면 어떻게 변할까?

길게 뻗은 나무들이 살아있어 우리의 속삭임마저

귀기울이며 다 듣고 흡수하는 느낌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산의 마력이랄까.

그런 주문같은 기분을 떨치며 우리는 빙판길을 지나고

계단의 눈을 겁내며 원시의 김이 모락거리는 숲을

지나고 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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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의 롯지를 만났다.

티타임을 갖고 나는 네팔 모자를

250루피를 주고 하나샀다.

모자값도 고도에 따라 배로 뛴다.

핸드메이드에 안으로는 따스한 폴리텔이

겹쳐있어 등산시에 머리 뎁히기에 유용타.

난 밤마다 이 모자를 쓰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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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출발.

누가 푸념한다.

먹고 걷고, 자고 걷고, 먹고 또 걷고..

그래 우리 걸으러 왔잖아.

걸어야 해.

우리의 할일은 이 히말라야에서 걷는거야.

걷자구~~

계속 걸어야 할 길이 아직도 먼데

웬 푸념이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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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은 단지 걷는 것 뿐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자신을 살피는 일이다.

산책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늘 끊임없이 두려워해야할 고산증에

대한 탐색과 신발을 비롯해 무엇 하나

빠지거나 탈나는 게 없나도 주시한다.

특히 고산 트레킹은 건강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지않으면 바로 실패하게 된다.

만약 고산증이 오거나 컨디션이 좋지않아

오르지 못하게 되면 나머지 제반비용은

각자의 부담이고 남아서 할 일도 그닥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다.

무조건 체력이나 관리를 빈틈없이 해서

끝까지 목표달성을 해야만 모든 게 원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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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고산이라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했다.

아싸~~~그럼 나같이 못걷는 사람에겐 유리하네.

나는 고산병도 없고 그냥 천천히 쉬면서 걸으면

되니까 가도 되겠네---했다.

나중에 나는 이 게 큰 오산이라는 걸 알았고

다리를 아예 내 손으로 들어서 놔야 할 정도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손으로 다리를 옮겨야 할

정도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고산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산소가 부족하다는 건 곧 죽음이랑 직결된 문제이다.

산악인들도 산소량에 따라 비용이 몇천만원씩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에게는 산소가 제일이고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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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씩 왔다는 최변호사도 어지러워했고

몹시 천천히 걸었으며 두려워했다.

대장은 무조건 천천히 걸으라면서 타이거스텝을

가르쳐주면서(조선일보에 났음) 타이거처럼

한스텝씩 발과 발을 마주대면서 걸으라고 했다.

높은 산에서는 그렇게 해야 안전하단다.

계단을 오를 때에도 그렇게 오르면 편하고 쉽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 않는 스텝이다.

거의 일자로 꼬아서 걷는다고 보면된다.

가슴에 통증이 스쳐지나갔으며 데우렐리에서

편두통이 갑자기 깨질 듯이 왔다.

나 고산증인가보다..했더니 조금있으면 완만한

경사로 내려가니 잠깐 참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5분 뒤에 바로 괜찮아졌다.

그 사이를 못참고 나는 타이레놀을 먹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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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ㅊ 여행사의 경우, 갈수록 고저를 거듭하기에

고산증 적응이 절로 된다.

보통 16명이 가고, 그 이상은 받지도 않는다.

16명에 인솔자 대장 한 명에, 세르파 3명과 현지 가이드

그리고 포터가 8명 정도에 주방장 한 명과 주방식구들이

6명 정도 따라 다닌다.

늘 업다운을 하며 가기에 고산증 적응이 절로 되지만

가는 수의 80% 만이 마지막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오르내리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게 되는데 50% 정도는 ABC를 가지도 못하고 내려오거나

갔어도 날씨가 늘 급변하니 못보고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문을 외라고 일행들에게 외쳤다.

"우린 다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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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푼힐을 다녀와서 식사 후 출발한지

5시간쯤 지나서 기나긴 나니아 연대기를 끝내고

데우렐리에 도착을 했다.

점심은 너무나 단 꿀맛이었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나니 다시 지친 다리를

이끌고 3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는 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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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롯지.

대부분 롯지가 군데군데 있고 그 안에

숙소와 식당이 다 함께 있다.

전망좋은 롯지에는 몇 달씩 와서 기거하는

이들이 있다.

언 얼굴들을 감싸쥐며...찰칵!!

(까만 바탕에 하얀 무늬 저거 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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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수제비였다.

지숙씨는 단박에 두 그릇을 비웠다.

뜨끈한 수제비 국물은 인기였다.

점심식사에는 늘 단품메뉴가 하나씩

나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탄성이 나왔다.

늘 밥은 당연히 꼬박꼬박 나왔음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든든한 밥심이야말로 우리가 하는 트레킹에 가장

필요한 힘의 원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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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가 2990m이고 반탄티가 3180m이다.

우리는 데우랄리를 지나 반탄티를 지났다.

천천히..천천히...무조건 천천히 걷는 게 최고다.

하지만 산을 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천천히

걷거나 5분 이상 앉아서 쉬는 것은 맥을 끊는 일이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W샘은 쉬는 게 싫고 자기는 자기 페이스대로 가겠다며

혼자서 천천히 꾸준히 가는 스타일대로 먼저 간 적이 있다.

단체에서 그건 권장할 일이 못된다.

그녀로 인해 세르파 한 명이 찾으러 갔으며 계속 같이

다녀야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그만큼 인력손실을 입는 것이고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EBC다녀온 승영씨도 계속 먼저 가거나 앞장서서 가다가

다른 팀과 같이 가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장이 한 번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보면 그건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단체는 단체에 맞게 행동해야 함을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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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숲을 지났다.

무언가를 거느리고 있는 숲도 지나고

조용히 지나가야만 할 것 같은 마법의 숲도

지나고 나니아연대기 속의 설국도 통과했다.

눈이 사라진 숲에서는 대지의 여신이 방금

목욕을 하고 나온 듯 싱그러운 내음이 가득했다.

이름모를 히말라야 야생화에서 만리향같은

향기가 온 산에 퍼진다.

대지에서 받는 고마움을 절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원시적인 숲이 주는 건 기운이다.

다시금 발에 힘을 주며 광활하게 펼쳐진 내 눈앞의,

내 발 아래의 타다파니를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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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파니 롯지는 마당이 넓고 기운이 싱그럽고

느낌이 아주 좋았다.

멀리 보이는 설산들의 배경도 아주 멋졌다.

나는 여기서 오는내내 아니 지금까지 헤매는 감기에

홈빡 걸리고 만다.

지난 밤 더웠다고 너무 얇게 입고 자다가 얼어죽을

뻔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계속 코를 풀고, 기침을 하고 난리블루스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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