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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안나 푸르나 트래킹 여행기 6

by 북한산78s 201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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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는 고개, 즉 령을 이르는 말이다.

고라파니는 말이 물먹는 곳이라는 뜻이다.

첫번째 데우랄리는 2990m였는데 이번 데우랄리는

3200m에 위치한 곳이다.

데우랄리 롯지 전에 히말라야 롯지가 하나있다.

데우랄리를 가는 길에 도반이라는 곳이 있는데

도반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있어 중간지점에 속한다.

내려올 때도 도반에 도착하니 안심이 되고 왠지

다 하산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도반은 마음에 평화를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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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한국산에 비해 비교적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에베레스트의 경우는 좀 지루하기도 하단 말을 들었다.

킬리만자로는 더 하다는 말도 있지만 가보지 않아서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안나푸르나가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날씨만 쾌청하면

어디서나 보이는 마차푸차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안나푸르나 남봉과 힌출리 등 설산들이 멋지게

버티고 있어서 일 수도 있다.

오래된 숲들에서 풍기는 이끼들과 이름모를 새들이

날아다니고 간혹 지나는 집들과 논밭, 그리고 땟국물이

흐르는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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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기침을 했다.

걷는 동안에도 코는 줄곧 줄줄 나왔다.

나중에는 그냥 코를 마셔버렸다.

오빠는 코가 나와 얼어서 코 아래 콧물이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ABC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을 내어야겠다는

각오를 끊임없이 해댔다.

점점 체력이 딸리는 이들이 걸음이 느려지고

자주 미끄러지기도 했다.

올라갈수록 길은 험하고 위험한 구간들이 나타났다.

카메라를 앞에 걸고 다니던 이들이 모두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었다.

말 수도 모두 줄었다.

입맛들도 점점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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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는 이들이 아이젠을 하라고 주의를 준다.

아마 도반을 지나면 아이젠을 해야할 거란다.

그 전에도 상당히 미끄러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완벽한 등반복장을 입은 반면에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청바지에 그냥 운동화를 신고도

잘 다니는 걸 종종 본다.

네팔이나 티벳에서 돌아다니는 외국인들 중에는 거의

라마승같은 차림을 한 이들이 제법있다.

인도에 왔다가 바로 장비를 빌려서 왔다는 대학생들과

방학기간동안 훌쩍 떠나왔는데 뭘 몰라 장비를 겨우 빌려서

올라온 여교사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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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에 있는 롯지숙소이다.

도반은 시설이 아주 좋은 롯지에 속한다.

아주 깨끗한 편이다.

어떤 방은 침상이 두 개이지만 5개가 넘는 방도 많다.

화장실도 물만 잘 나온다면 별 문제없다.

위로 올라갈수록 얼어서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있기도 한데 그런 세세한 부분에서 조심해야한다.

3000미터가 넘으면 물이 얼어서 나오지않는다.

밤에 물휴지를 꺼내놓으면 물휴지가 얼어버린다.

눈에 젖은 등산화도 얼어버린다.

거의 모든 것이 다 얼어버리고 나중엔 카메라까지 언다.

주머니에 있던 휴지까지 다 얼었다.

1500원 하는 손난로가 아주 요긴하게 쓰였고 15시간 이상을 간다.

그리고 붙이는 패치가 정말 활용도가 좋다.

어깨와 허벅지에 붙여놓으면 밤새 훈훈하다.

침낭에서 나오는 즉시 장갑을 껴야 하고 양말을 신어도

항상 발이 시리다.

나는 목이 아파 손수건에 패치를 싸서 목에 감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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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에서의 점심식사는 성찬이었다.

식사 자체보다는 배경이 완벽했다.

이렇게 수려한 풍광에서의 식사란

명화속에 나오는 그 어떤 식사광경보다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오빠는 아름다움에 취해 의자를 따로 햇살 아래 두고

혼자 미소띤 채,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식사할동안 가이드인 카뉴와 3명의

세르파는 서서 시중을 들어준다.

모자라는 반찬과 밥을 더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일일이 시중을 드는데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우리의 식사가 끝나면 그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네팔인들은 본래 생선을 먹지 않는데 여행객들을

따라다니는 셀파들의 입맛은 많이 서구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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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꾸똥꾸.

확실히 닮았다.

모자는 눈이 오거나 햇살이 강할 때는

고어텍스로 된 긴 챙의 모자가 좋다.

룸메와 나는 사진에 변화를 주기위해

모자를 바꿔 쓰기로 했는데 효과가 그닥 없다.

주로 검은 색의 옷이 많은 나는 이제 등산복을

살때는 무조건 밝고 환한 색을 사기로 마음먹는다.

도반을 우리는 떠나기 싫었다.

적당한 햇살에 앞은 진경산수화가, 뒤로는

물고기 꼬리를 뜻한다는 마차푸차레가 있었기에

여기서 그냥 멈추어버리면 좋을 그런 시간이었다.

도반에서는 부족한 장비를 챙기고 이것저것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편이다.

도반을 지나면 본격적인 고산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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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은 주로 레키를 다 사용했는데

접는 스틱을 평소에 쓰는 걸로 넣어 갔는데

트레킹용 접는 스틱이 따로 있다고 한다.

40만원대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넣어 간 스틱이 부러졌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아무도 그런 일은 없었다.

스틱을 한 번 펴면 끝까지 접지않고 다들 사용했다.

스틱이 없는 이들은 나무로 된 긴 장대를 사면 되는데

150루피를 주고 사기도 했다.

스틱을 잡는 법은 하지법과 상지법이 있는데

하지법으로 잡으니 아주 편하고 손목에 꽉 끼어서 편했다.

하지법은 아래서 위로 넣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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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인 곳은 절대로 조심해야 하는데

보기와는 달리 계곡과 연결된 곳이 있다.

스틱으로 짚어보면 쑤욱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볼 때는 30cm 정도 쌓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져져서 허리까지 오는 경우가 많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목 높이까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날도 셀파들이 다 길을 만들지만 ABC에 잘못

갇히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10월엔 눈이 없고 3,4월엔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만발하는 계절이니 그때가 최상의 시기이다.

11월까지는 괜찮은 편이지만 12월과 1월은 눈을 신경써야한다.

5월부터는 우기가 시작이다.

지금은 건기에 속하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가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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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 미터 아래로는 랄리구라스 나무가 가득한데

3-4월에 이 꽃이 피기 시작하면 향기도 있고

온 산이 빨갛게 물든다.

우리는 그때는 난리블루스겠다며 웃었다.

꽃이 핀 산도 좋을 것 같고, 10월도 황금빛 초목이

산을 뒤덮어 눈부실 것 같고, 지금의 설산도 너무 좋다.

힘들지만 설산이 주는 매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눈이 덮힌 상태에서는 아주 먼거리에 있는 롯지도

바로 앞처럼 보였다.

바로 저기~~ 하고 가다보면 어느 새 한 시간을 가고 있었다.

눈이 조금만 벗겨지면 바로 아래 얼어붙은 빙판이 보인다.

그럼 앞서가는 이들이 "여기 조심" 이라고 뒤로 전달한다.

내 룸메는 아예 미끄럼을 타고 가길래 나도 따라하다가

스틱이 고장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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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에서는 스포츠 썬글라스가 무조건 필요하다.

하나가 있었지만 만약을 위해 면세점에서

하나를 더 구입했다.

자주 빠뜨리게 되는 게 썬글라스이다.

고무로 된 목에 거는 줄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챙기지도 못하고 가 한 번은 땅에 떨어뜨린 걸

셀파인 빔이 챙겨준 적이 있다.

룸메의 경우는 사자 곧 밟아서 다리가 부러졌다.

이왕이면 썬글라스도 두 개 정도는 가져가는 게 좋겠다.

챙넓은 모자면 햇살은 막지만 땅에서 반사되는

하얀 백설은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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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덮힌 히말라야 롯지.

우린 저기서 피자와 차를 마셨다.

피자는 생각보다 맛있다.

스파게티도 맛있다고 소문난 롯지다.

갈수록 입김은 용이 뿜어내는 불처럼 진하게 나온다.

다들 다리가 늘어지고 움직임이 느려진다.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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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쳐 나자빠지자

내 배낭을 맨 빔이다.

자기 배낭 위에 내 배낭을 맨 모습이다.

내가 눈을 잘못 밟아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자

룸메가 날더러 정형돈같다고 해서 웃었다.

살살 웃기.....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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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디선가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아아악~~~~너무나 무서웠다.

우리가 가는 길도 눈사태가 나는 곳이면

수만이 빨리 통과한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 지역을 빨리 지나야 안전한 것이다.

아아악~~소리에 계속 멍해진다.

장난꾸러기 포터들이 낸 소리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 무섭던 굉음은 오래도록 남았다.

오빠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잠깐 보였다.

유서를 적어두고 떠난 오빠이지만 무서운 모양이다.

우리는 동굴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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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상고대를 모르는 J샘과 은양.

아직 젊어서인지 상고대를 모른다.

나무가 없어서인지 거의 상고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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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데우랄리라며 빔이 앞장선다.

아....나 못가....죽을래..여기서...

난 안 가....빔이 웃는다.

달랜다.

조금만 더 ..10분만 더....아니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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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 롯지.

이제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대망의 ABC와 MBC를 간다.

본래는 ABC에서 하루를 자기로 했으나 내리는 눈으로

인해 MBC나 다시 데우랄리로 내려오기로 회의를 했다.

자칫하면 갇히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데우랄리 롯지에서 새벽 한 시쯤 화장실이 급했다.

얼어버린 화장실 생각이 나서 그냥 아무도 없다싶어

자연방뇨를 하다가 올려다 본 하늘...아...미친다.

손을 뻗으면 바로 그 곳에 수많은 별들이 큼지막하게

가득 차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아무 것도 나타나지않는 화면..나중에 알고보니 가리개를

막아놓고 안보인다고 해맨 것이다.

아까비~~~ 바로 앞에 별이 가득했는데.

히말라야의 새벽은 별들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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