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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2010년 8월 1일-3일 충북 단양 소백산 여행 3

by 북한산78s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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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장회나루~사인암~도담삼봉~·석문~온달산성~구인사
우리나라에 경치 좋다는 강줄기는 적지 않지만, 제천에서 단양으로 이어지는 남한강 상류만큼 절경이 펼쳐진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오랜 옛날부터 시인묵객들은 남한강의 물안개 자욱한 강변에서 노닐며 시를 읊었고 여러 사연도 남겼다. 그 정취는 단양팔경으로 대표되기도 하지만 어찌 이뿐이랴. 그 물줄기 주변엔 피 흘리던 역사적 사연을 담고 있는 산성이 있고, 산태극 수태극 물굽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빼어난 조망처도 있다. 또한 11월 강변길엔 늦게 물든 단풍과 휘날리는 낙엽이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리니,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남한강 상류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보자.

첫날은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이나 북단양 나들목으로 나와 청풍호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주호 상류인 이곳을 제천 시민들은 따로 청풍호라 부른다. 이곳에서 금월봉, KBS 드라마 촬영장 등을 구경한 뒤 청풍면의 유서 깊은 유적과 유물을 옮겨놓은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산책을 즐긴다. 그리고 강변도로를 타고 남한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다 정방사에 들러 청풍호를 조망한다.

장회나루에선 남한강 최고의 정취로 꼽히는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황포돛배가 아니라 현대식 유람선이지만 아쉬우나마 단양팔경에 속하는 옥순·구담봉의 비경을 엿볼 수 있다. 이어 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다 59번 국도로 빠져 역시 단양팔경에 속하는 선암계곡의 하선암·중선암·상선암을 차례로 만난다. 독특한 생김새로 눈길을 끄는 사인암도 가깝다. 만약 해질 무렵이라면 선암계곡에서 숙박하는 것도 괜찮다. 펜션은 물론 야영 가능한 캠핑장도 여러 군데다.

해가 아직 남았다면 단양 신라적성비를 보고, 성벽을 거닐며 신라와 고구려가 이 남한강 유역을 놓고 힘을 겨루던 과거로 잠시 되돌아간다. 이 경우 숙박은 단양 읍내가 무난하다.

이튿날은 새벽에 일어나 단양팔경의 으뜸인 도담삼봉 일출을 구경한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도담삼봉 일출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역시 단양팔경에 속하는 석문까지 걸어갔다 오는 일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그리고 양방산 전망대도 꼭 올라본다. 산태극 수태극을 이루며 단양 고을을 휘돌아 흐르는 물돌이동 조망이 정말 일품이다.

계속 이어지는 59번 국도는 남한강 드라이브다. 온달관광지에선 우리나라 산성 중 가장 조망이 좋다는 온달산성에 올라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고, 성벽을 거닐며 남한강과 소백산을 눈과 가슴에 담는 일도 제법 뿌듯하다. 이어 구봉팔문 기슭에 자리 잡은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구경하면 남한강 상류 여정은 서서히 마무리에 들어간다.

▲ 도담삼봉 일출 광경. 우리나라 으뜸 일출에 속하는 명풍경이다. / 전망대 정자에서 내려다본 도담삼봉 전경. 단양팔경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늦가을이면 물안개 자욱하게 피어나는 남한강 상류 여정은 제천부터 시작해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동선이 가장 무난하다. 먼저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온 뒤 82번 국가지원지방도를 타고 ‘청풍문화재단지’ 방면으로 달리면 길은 곧 호수를 끼고 돌아간다. 이 도로의 가로수는 벚나무. 봄이면 벚꽃이 난분분 휘날리고, 가을이면 잎이 붉게 물든다. 가을이 아주 깊어진 11월엔 낙엽이 되어 허공에 휘날린다.

이렇게 단풍과 낙엽에 마음을 빼앗기며 달리다 보면 금월봉이다. ‘봉’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산이 아니라 기묘한 형상이 눈길을 끄는 석회암 바윗덩이다. 이곳은 드라마, 특히 분위기 있는 무술 장면 등의 단골 촬영지로 쓰인다. ‘태조 왕건’ ‘명성왕후’ ‘이제마’ ‘장길산’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주차는 무료. 바위 사이를 통해 호수 한번 내려다보면 끝이므로 시간은 10여 분이면 충분하다.

금월봉에서 굽이진 길모퉁이를 하나 돌면 ‘KBS 제천 촬영장’이다. 제천시가 2000년 14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야외 세트장이다. 이곳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조 왕건’의 예성강 벽란도 포구와 마을, 그리고 수군 관아와 망루, 성벽 등이 고증을 거쳐 재현돼 있다. ‘태조 왕건’ 방영 당시엔 그 인기에 힘입어 한 해에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로 이름을 드날렸지만, 드라마가 종영되고 난 후부터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16만 명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료(승용차 1,000원)는 받고 있다. 둘러보는 데 20~30분쯤 걸린다.



청풍문화재단지

옛 선조들의 체취 맡을 수 있는 호숫가 민속촌

청풍호 감상의 중심지인 청풍문화재단지는 ‘KBS 제천 촬영장’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청풍은 제천과 독립된 제법 유서 깊은 고을이었다. 관문인 팔영루 앞엔 역대 관리들의 송덕비가 줄지어 있었고, 남한강변 언덕엔 한벽루(寒碧樓·보물 제528호)가 날아갈 듯한 자태로 시인묵객을 불러들이곤 했다. 이런 운치는 198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됐으나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이 일대가 물에 잠기게 되자 강가를 따라 나 있던 길은 물에 잠겨 버렸고, 거기에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살던 사람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청풍면을 중심으로 5개 면의 61개 마을이 수몰됐는데, 당시 청풍면의 유적들을 옮겨놓고 옛 고을을 재현한 곳이 바로 청풍문화재단지다. 충주댐을 막으면서 생긴 인공호수의 정식 명칭은 충주호이지만 청풍 고을의 영화를 기억하는 제천 시민들은 이 주변의 호수를 따로 ‘청풍호’라 부르며 아낀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산책하는 묘미가 제법이다. 정문인 팔영루부터 망월산성에 세운 전망대인 망월루까지 가는 도중에 볼거리도 푸짐하다. 박도수가옥(중요민속자료 제137호), 정원태가옥(중요민속자료 제148호), 도화리고가(지방유형문화재 제83호) 등의 고가엔 사람이 기거하진 않지만 지게·키·멍석·광주리·사기그릇·놋숟가락 등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옛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우리네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곳의 중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벽루에 오르면 높이 162m의 수경분수가 물을 뿜는 청풍호 너머로 금수산(1,016m)의 아름다운 자태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의 맨 위쪽 망월산성 안에 세워진 망월루에서의 조망도 놓칠 수 없다. 청풍호와 금수산은 물론이요, 월악산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온다. 청풍문화재단지를 전체 한 바퀴 산책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11월 수경분수 가동 시간은 1일 5회(11:00, 13:30, 15:00, 17:00, 19:30). 관리사무소 043-641-4301~2

제천 정방사
청풍호 조망 일품인 산속 암자

청풍문화재단지를 나선 뒤 청풍교를 다시 건너가 우회전하면 청풍호의 속살을 살필 수 있는 청풍교~옥순대교 강변도로가 이어진다. 능강리 ES리조트 진입로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오르는 산길이 보인다. 금수산 신선봉에 기댄 정방사(淨芳寺) 가는 길이다. 늦단풍과 낙엽이 휘날리는 산길은 호젓하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산길 주변의 울창한 숲도 매혹적이다. 차량 한 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산길을 2.5km 정도 오르면 절집이 나타난다. 주말엔 길 끝까지 가지 말고 절집 200m 전의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게 낫다.

정방사 법당의 목조관음보살좌상은 화려한 보관, 수정 백호, 연꽃무늬 옷장식, 품위 있는 수인(手印) 등이 두루 조화를 이룬 17세기의 작품이다. 복장(腹臟)에서는 조성연대가 기록된 ‘발원문’ 등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 유물은 정방사의 역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됐으나 이 기록엔 불상을 봉안한 사찰의 이름이 없어 정방사에서 만든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절집의 최고 보물은 청풍호 조망이다. 법당 뜰에서 내려다보면 발아래 펼쳐진 잔잔한 호수 너머로 월악산(1,094m)이 높이 솟았고, 주변으로는 첩첩이 펼쳐진 백두대간 산줄기가 장쾌하다. 그래서인지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소문이 나 있어 알음알음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의 043-647-7399

정방사를 벗어나면 이번엔 ‘능강솟대문화공간’이 발길을 붙든다. 높은 장대 위에 기러기나 오리 등 새를 형상화한 조형물인 솟대는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전달해주는 매개체. 솟대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테마공원인 이곳엔 2006년 광주비엔날레 주제 출품작인 ‘열풍 변주곡’ 을 비롯해 현대적 조형미로 재구성한 작품 등 400여 점의 솟대가 행인을 부른다. 솟대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43-653-6160



▲ 1 청풍호의 금월봉. 석회암 바윗덩이가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로 애용되고 있다. 2 청풍문화재단지 전경. 충주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기게 된 청풍면에서 있던 유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3 바위 아래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정방사.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4 청풍호 주변의 리조트에서 내려다본 청풍호의 가을 풍경. 5 정방사 앞뜰에서의 조망. 호수 너머로 월악산이 아스라하다.

장회나루 뱃놀이
황포돛배 대신 유람선 타고 훔쳐보는 단양팔경 속살


이어 고향 같은 산골마을들을 연달아 지나면 옥순대교. 청풍호의 속살이면서 단양팔경에 속하는 옥순봉·구담봉을 훔쳐보는 즐거움에 마음은 넉넉하다. 여기서부터는 단양팔경 이정표를 좇아가면 된다.

단양은 물빛과 산빛이 고운 고을이다. 남한강과 석회암이 빚은 풍광이 아름다운 단양이 자랑하는 여덟 가지 경치는 나라 안에서 유명한 관동팔경과 더불어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동팔경이 백두대간 동쪽의 동해 바닷가라는 비교적 너른 지역을 아우른 데 비해 단양팔경은 남한강 상류의 그리 넓지 않은 단양 고을에 몰려 있다는 점이 자랑이다.

단양팔경이란 단양의 여덟 군데 명승지로서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 남한강에 있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은 강상사경(江上四景)이요, 단양천(선암계곡)과 남조천에 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은 계상사경(溪上四景)으로 나눠 불리기도 한다. 한편 이 중에서 다섯 군데의 경관은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승격됐다. 도담삼봉(명승 제44호), 석문(명승 제45호), 구담봉(명승 제46호), 사인암(명승 제47호), 옥순봉(명승 제48호)이 그것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단양팔경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자. 강가에 솟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봉우리는 거북을 닮아 구봉(龜峰)이요, 물속에 있는 바위는 거북 무늬를 띠고 있어 구담(龜潭)이라 불리니 합해서 구담봉(龜潭峰)이다. 구담봉 장회나루 쪽으로는 퇴계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있으며,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이라 불리던 주지번이 낙향하여 칡넝쿨을 구담봉의 양쪽 봉우리에 연결하여 타고 다녀 그를 신선이라 불렀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그 하류 강가에 비쭉 솟은 옥순봉(玉筍峰)은 희고 푸른 바위 봉우리가 비 온 후의 죽순처럼 우뚝우뚝 솟아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로 단양팔경의 3경과 4경 자리를 차지한 구담·옥순 두 봉우리가 비치는 강에서 벌이는 뱃놀이는 오래전부터 천하제일의 흥취로 꼽혀왔다. 병풍 그림으로나 보던 그 경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홍도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남겼다. 50대 초반의 김홍도가 자신감 넘치는 수묵 감각을 보인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에는 옥순봉, 사인암 등 단양팔경이 등장한다.

장회리는 원래 남한강 나루로 유명했던 곳이다. 해방 무렵까지만 해도 서해안의 소금배가 올라왔고, 뗏목이 엮여 한강으로 운송되기도 하는 등 역참에 주막까지 있었던 번성한 마을이었다. 장회나루 근처의 장회여울은 정선 동강의 황새여울 못지않게 급류가 심한 곳이라 옛날 뗏목을 나르던 일꾼들이 애를 먹던 곳이다.

남한강 상류 여행에서 어찌 천하제일의 흥취로 꼽혀온 장회나루 뱃놀이를 지나치겠는가. 유람선이 장회나루를 떠나면 구담봉과 옥순봉이 손에 잡힐 듯 차례로 다가왔다 멀어지고, 갖가지 형상의 암봉들도 꿈결인 듯 물결에 일렁거린다. 창공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제비봉 날갯짓도 날렵하다. 비록 기생의 가야금 소리가 흥을 돋워주는 황포돛배가 아니라 해도 어찌해서 선인들이 장회나루 뱃놀이를 천하제일의 흥취로 여겼는지 알 만하다.

현재 장회나루 유람선은 충주유람선(주)에서 71톤급(195인승), 35톤급(77인승) 노들1호·2호 총 세 대가 장회나루터~옥순봉 구간을 왕복운항하고 있다. 1시간 소요. 요금은 대인(1만 원), 소인(만 12세 미만) 6,000원. 유람선은 08:30~17:00에 20분 간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문의 043-422-1188~9, www.betaja.com

또 장회나루에선 충주호관광선(주) 유람선이 충주나루, 청풍나루 구간도 운항하고 있다. 충주나루는 대인(왕복/편도) 2만2,000원/1만5,000원, 소인 1만3,000원/7,500원. 청풍나루는 대인 1만2,000원/7,000원, 소인 7,000원/3,500원. 문의 043-423-8615~6,

퇴계 이황 & 기생 두향
단양팔경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맺은 사랑


옥순봉은 단양팔경에 속하긴 해도 행정구역으로는 제천시 청풍면 소속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청풍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남한강변에 있는 당당한 군(郡)이었다. 청풍에 속했던 옥순봉이 단양팔경의 하나로 선택된 데는 조선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년)에 관한 이야기가 전한다.

때는 퇴계가 단양군수로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는 고을마다 명승을 찾아 즐기며 이름을 짓는 취미가 있었던 퇴계는 단양에 부임해서도 여덟 가지 절경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런데 일곱 가지는 정했으나 마지막 명소를 찾지 못했다. 그런 퇴계가 눈독을 들인 게 바로 옥순봉이었다. 하지만 옥순봉은 단양군이 아닌 청풍군에 속했다. 이에 퇴계는 평소 개인적 인연이 깊었던 청풍군수 이지번(?~1575년)에게 청을 넣었다. 그렇지만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퇴계는 고심 끝에 옥순봉 석벽에 단양으로 들어서는 관문이라는 뜻으로 ‘丹邱洞門(단구동문)’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이후 옥순봉은 단양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결국 단양팔경의 하나로 널리 인정받게 됐다고 전한다. 당시에 새겼다는 퇴계의 글씨는 충주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고, 지금은 갈수기에만 살짝 드러난다고 한다.

한편 당시 퇴계와 단양 출신의 명기 두향(杜香)이 이곳을 배경으로 나눈 사랑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퇴계가 48세가 되던 해에 단양으로 부임할 때 단양 고을에서 활동하던 관기였던 두향은 가무는 물론 시서에 능했고, 지조도 높은 여인이었다.

퇴계의 학문과 인품에 반한 두향은 퇴계의 수청 기생을 자청했다. 밀고 당기는 우여곡절 끝에 퇴계가 좋아하던 매화를 매개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남한강변의 산수를 즐기며 정을 쌓아갔다. 그러나 퇴계가 단양에 온 지 10개월 만에 풍기군수로 발령이 나면서 퇴계와 두향의 사랑은 끝났고 말았다.

퇴계가 단양을 떠나자 두향은 구담봉 앞 강선대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초막을 짓고 은둔생활을 했고, 나중에 퇴계가 안동에서 타계하자 두향 역시 강선대에 올라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 후 자결했다고 한다. 스물 여섯의 짧은 생이었다. 세상에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퇴계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유언처럼 물을 주라고 말한 매화나무는 당시에 두향이 선물한 것이었다고 한다.

두향의 시신은 유언대로 강선대 가까이에 묻혔고 그로부터 단양 기생들은 강선대에 오르면 반드시 두향의 무덤에 술 한잔 올리고 나서야 풍악을 울렸다 전한다. 백여 명이 앉아서 놀 수 있었던 강선대 바위는 호수에 수몰되고, 퇴계의 후손이 관리해왔다는 두향의 묘는 강선대 위쪽으로 옮겨졌다. 지금도 추석 무렵이 되면 단성향토문화연구회 회원들이 배를 타고 건너가 벌초도 하고 술도 올린다고 한다.


▲ 1 장회나루 유람선이 단풍으로 물든 구담봉 주변을 지나고 있다. 2 선암계곡의 하선암. 호젓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3 선암계곡에서 가장 풍치가 좋아 인기 높은 상선암.
단양천(선암계곡)
늦가을의 정취 물씬 풍기는 계곡 드라이브

단성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59번 국도를 따라 점촌 방면으로 달리면 단양천(선암계곡)이다. 단양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는 많다. 퇴계가 만든 보(洑)가 있었다는 단양천 물줄기의 대표적인 풍광인 하선암(下仙巖), 중선암(中仙巖), 상선암(上仙巖)도 모두 단양팔경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 길은 비록 59번 국도이긴 하지만 지나다니는 차량이 드물어 깊은 산속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가을 깊은 11월의 풍치는 역시 늦단풍과 낙엽일 것이다.

단양천에서 신선들을 만난 뒤 설치재를 넘으면 남조천 물가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사인암(舍人岩)이 눈길을 끈다. 단양팔경 중 여덟 번째 경관에 속하는 사인암은 남조천의 맑은 계류와 깎아지른 바위, 그리고 푸른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찬탄하게 되는 경관을 자랑한다.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찬양했을 정도로 특이하다.

사인암이란 이름은 고려 말 학자 우탁(禹倬·1263~1342년)이 사인(舍人)이란 벼슬을 지낼 때 이곳에서 노닐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우탁이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할 것이 아니며…’ 하고 읊은 노래대로 비길 데 없는 독특한 경관이다. 이외에도 후대로 내려오며 퇴계를 비롯한 여러 시인묵객이 쓴 글씨가 바위벽을 돌아가며 있지만 바위 아래까지의 접근을 막고 있어 자세히 살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주차료와 입장료 무료.


▲ 1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진 경관이 눈길을 끄는 사인암. 2 신라 진흥왕이 단양을 점령하고 세운 신라적성비. 3 단양 적성은 남한강과 죽령이 한눈에 보이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적성비
“지금부터 이곳은 신라 영토니라!”

이제 단양팔경의 으뜸인 도담삼봉 가는 길, 단양 신라적성비(국보 제198호)가 발길을 붙든다. 이 참에 잠깐 단양의 내력을 간단하게 짚어 보면, 현재 신라적성비가 있는 단성면은 옛 단양의 중심지였다. 본래 단양읍내라 하여 읍내면이라 하다가 1917년 단양면으로 이름을 고쳤고, 1979년 단양읍으로 승격됐다. 그러나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마을이 수몰되자 이곳에 있던 행정기관은 지금의 군청이 자리한 신단양으로 모두 옮겨가면서 이곳엔 구단양출장소를 설치했다가 1992년 단성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여기엔 단양향교 등 유적이 남아 옛 영화를 전하는데, 그 중 신라 진흥왕 때에 세워진 신라적성비는 이 지역의 역사적 위상을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남한강 유역은 오랫동안 고구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일찍이 죽령을 개척한 신라는 백두대간을 넘어 이 지역을 호시탐탐 노렸고, 시시때때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주요 무대는 구단양의 뒷산인 성재산을 둘러싼 적성이었다. 그러다 6세기 중반 무렵 이곳은 드디어 신라의 차지가 되었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진흥왕이 이사부 등 장군들을 보내 적성을 접수하고 비석을 세운 것이다. 비문엔 당시 신라를 도와 공을 세운 단양 출신의 야이차와 가족 등 주변인물을 포상하고 단양 지역의 백성들을 위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니까 접경 지역이었던 이 땅의 새로운 주인은 신라이니 앞으로 다른 생각하지 말고 신라에 협조하면 상을 받을 것이라는 협박이다.

신라적성비로 가려면 단성면 소재지의 단양농협 단성지소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6km 정도 올라가야 한다. 교행이 어려운 좁은 콘크리트길이라 대형 차량은 출입할 수 없다.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 주차장과 담을 사이에 두고 맞붙은 간이주차장에 차를 대고 400m 정도 걸어 오르면 신라적성비가 보인다.

신라적성비 뒤쪽으로 난 오솔길은 보수 중인 성벽으로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 가다 보면 남한강 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성벽이 나오는데, 이곳은 남한강과 죽령 입구를 한눈에 돌아가며 살펴볼 수 있는 요지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자. 1500여 년 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다 죽어간 고구려와 신라 병사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지.
 

도담삼봉
보면 볼수록 사랑스런 단양팔경의 꽃


단양팔경 중에서도 그 으뜸은 남한강 깊은 못에 떠 있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 도담삼봉(嶋潭三峰)이다. 석회암이 만들어낸 원추 모양의 봉우리인 도담삼봉은 한가운데 높이 6m의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북쪽 봉우리를 처봉이라 하고 남쪽 봉우리를 첩봉이라 부른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남편과 아내는 사이가 좋았지만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남편은 첩을 얻었고, 얼마 후 임신한 첩은 남편 쪽을 향해 자랑스레 배를 내밀고 있고, 아내는 그 꼴이 보기 싫어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단양팔경의 으뜸답게 경관이 빼어나고 얽힌 얘기도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정선 소유설’이다. 원래 삼봉은 강원도 정선에 있던 삼봉산이 어느 해 장마 때 이곳까지 떠내려 온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왔다. 그 후 단양에서는 매년 정선에 세금을 내고 있었다.

단양 매포읍 사람으로 조선의 개국공신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37~1398년)은 공부하던 어린 시절 도담삼봉을 자주 찾았는데, 그는 이곳을 너무 사랑하여 자신의 호도 삼봉이라 하였다. 그런데 단양에서 정선에 세금을 내는 것을 보고, 소년 정도전이 정선 관리에게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고,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말한 뒤부터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퇴계는 도담삼봉의 으뜸인 이 명품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어우러지더라.’ 이 계절에 딱 맞는 노래다. 그러나 어찌 저녁놀과 별빛, 달빛뿐이겠는가. 도담삼봉은 암봉 사이로 솟는 새벽 노을과 일출 경관도 매우 빼어나 사진작가들이 새벽마다 진을 칠 정도의 일출 촬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도담삼봉관광지는 도담삼봉 앞에 조성된 관광지다. 이곳에서는 도담삼봉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분수, 광공업전시관, 공예전시관 등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갖춰져 있다.

단양팔경의 두 번째 절경인 석문(石門)도 도담삼봉 주차장에서 접근한다. 주차장 가장 안쪽의 관광안내소에서 가파른 산길을 300m(20분) 정도 오르면 무지개다리가 반긴다.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으로 석회동굴이 붕괴되면서 남은 동굴 천장의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됐는데,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 자연경관자원 중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그 건너편 마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석문 안엔 마고할미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도담삼봉 관광지의 광공업전시관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관람시간 09:00~18:00(17:00까지 매표). 매주 월요일, 추석·설 연휴 휴무. 공예전시관은 무료, 관람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도담삼봉 음악분수 이용요금 1회(1곡) 2,000원. 이용시간은 3~10월 09:00~22:00, 11월 9:00~18:00.
동절기인 12~2월은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하지 않는다. 도담삼봉 나루터에서 유람선도 운항한다. 신단양 왕복(대인/소인) 7,000원/4,000원, 석문 왕복(5,000원/2,500원), 모터보트 6,000원/4,000원.

도담삼봉관광지 주차료는 승용차 당일 2,000원, 체류 4,000원. 단양유람선(주) 문의 043-422-1740, 관광안내소 043-422-1146


▲ 1 도담삼봉의 일출 장면을 담기 위해 새벽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들. 2 석회암 동굴이 무너질 때 천장 부분만 남으면서 생긴 것으로 여겨지는 석문. 역시 단양팔경에 속한다. 3 양방산 전망대. 건물 안에서는 차를 마시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4 양방산 활공장에서 남한강 물줄기가 휘돌아가는 단양고을 풍치를 즐기는 연인. 5 온달동굴은 약 2억4000만 년 전부터 생성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800m의 석회암 동굴이다.

양방산 전망대
산태극 수태극 이룬 단양 고을 최고의 조망처


예전 같으면 도담삼봉을 감상한 뒤 단양읍을 훌쩍 벗어났을 테지만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양방산 전망대다. 비록 단양팔경도, 신단양팔경도 아니라 열여섯 절경엔 끼지 못했어도 산태극 수태극을 이룬 물돌이동 조망만큼은 우리나라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

단양 읍내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고수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고수동굴 방향으로 200m 진행하면 우측으로 고수동굴 주차장이 나온다. 이 주차장을 왼쪽에 끼고 지나가면 100m 앞에 개울이 보이고 그 개울에 걸린 다리를 건너 강변길을 따라 500m 정도 진행하면 왼쪽으로 전망대 오르는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2~3km 정도 올라가면 단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양방산 활공장과 전망대가 나타난다.

양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단양의 정취. 제법 아름답다. 아마도 다른 고장에 이런 조망 포인트가 있다면 단연코 그 지방의 팔경에 꼽혔을 것이다. 활공장 한쪽의 전망대 건물에선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단양 읍내를 조망할 수 있다.

양방산 전망대까지의 산길은 가파르긴 하지만 콘크리트 포장된 상태라 사륜구동이 아닌 일반 승용차도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교행하기 불편하고 주말엔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복잡해질 수도 있으므로 초보운전자는 피하는 게 좋다. 주차 시설은 소규모이지만 잘 갖춰져 있다. 충북 단양읍 기촌리 354-2번지 양방산 활공장. 문의 043-422-1146



▲ 1 성벽의 곡선, 그리고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남한강 물줄기가 잘 어울리는 온달산성. 고구려 온달장군이 공격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사연이 전한다. 2 온달관광지 전경. 이곳엔 온달동굴뿐만 아니라 온달관, 단양 오픈세트장 등의 볼거리가 있다. 3 구인사 대조사전. 이곳엔 천태종을 중창하고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 스님의 존상이 모셔져 있다. 4 우리나라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 야경. 주경야선의 수행 기풍 덕분에 반세기도 안 돼 대가람이 되었다. 5 구인사 건물은 대부분 좁은 계곡 안에 자리하고 있다.

온달관광지
우리나라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온달산성


이젠 남한강 드라이브 길이다. 향산 삼거리에서 595번 지방도를 따르면 고드너머재(보발재) 넘어 구인사와 온달산성으로 갈 수 있다. 이 산길은 강변길보다 굽이가 심한 편이다. 그렇지만 깊은 산중의 드라이브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경험이 많은 운전자라면 이 길을 넘어가도 괜찮다. 고갯마루 전망대에선 구절양장 구불구불 고갯길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운전자라면 59번 국도를 계속 따르는 게 안전하다. 거리도 이 국도가 조금 더 가깝다.

이렇게 강변도로를 따라 남한강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봄이 긴 고을’이란 지명을 지닌 강마을 영춘(永春)이다. 남한강 물줄기가 크게 굽이 돌아가는 영춘면 소재지로 들어서기 직전에 만나는 온달관광지는 고구려의 명장 온달장군이 전투 중 목숨을 잃은 온달산성(사적 제264호)과 길이 800m의 석회암 동굴인 온달동굴 주변에 조성한 관광단지다. 주변엔 온달장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온달관,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연개소문’을 촬영한 단양 오픈세트장 등의 볼거리가 있다. 주차료는 없고, 입장료는 5,000원. 문의 043-423-8820

오픈세트장 맨 안쪽에서부터 온달산성까지의 거리는 약 900m로 왕복 1시간 정도 걸린다. 산성에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중턱의 정자에서 시원한 강바람과 산바람에 땀방울을 식히고 능선을 계속 따르면 한눈에도 잘 보존됐음을 알 수 있는 온달산성이 반긴다. 성벽 둘레의 길이는 683m. 작다면 작은 성이지만 전망은 최고다. 북으론 산자락을 휘돌아 가는 남한강 물줄기가 시원하고, 남으론 반공(半空)에 걸린 백두대간의 소백산 줄기가 장하다. 거기에 성안 골짜기의 지형을 따라 간 견고한 성벽도 휘감기는 강줄기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물처럼 흐른다.

한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을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삼국의 산성 중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는 온달산성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설화로 잘 알려진 고구려 명장 온달장군(?~590년)이 목숨을 잃은 산성이다. <삼국사기> ‘온달전’에 따르면 평원왕의 사위였던 온달은 신라에 빼앗긴 남한강 유역을 되찾기 위해 590년(영양왕 1년)에 천릿길을 달려왔다. 온달은 “계립령과 죽령 서쪽 땅을 되찾지 못한다면 돌아오지 않겠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아단성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화살에 맞아 죽고 만다.

그렇다면 아단성은 어디일까. <삼국사기>의 아단성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는데, 현재 서울 구의동의 아차산성으로 보는 견해와 단양의 온달산성으로 보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온달이 목숨을 잃은 곳이 바뀌지만, 이곳 영춘 일대엔 불운한 영웅이었던 온달에 얽힌 전설이 많이 전한다.

우선 상류의 상리나루는 온달을 장사 지낸 곳이라 한다. 온달을 장사 지낼 때 아무리 힘을 써도 관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어루만지며 “생사가 이미 결정되었으니 한을 풀라”고 하니 관이 움직였다 한다. 온달산성 아래 절벽에 자리 잡은 공주굴은 온달장군과 평강공주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부근의 ‘쉬는 돌’은 온달이 후퇴하다가 윷을 놀던 곳이요, 하류의 군간(軍看)나루는 온달의 군사들이 파수를 보던 곳이다. 군간나루 북쪽의 선돌은 온달의 성 쌓기를 돕던 마고할미가 온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팽개친 것이라고도 하고, 온달을 도우러 달려오던 누이동생이 패전 소식에 그 자리에서 굳어 돌이 된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온달산성에서 18km 정도 떨어진 영춘면 사지원리에 있는 고구려식 대형 적석총인 ‘태장이묘’는 온달장군의 무덤이라고 전해오고 있다.

온달산성 남문은 조선의 풍수학자 남사고(南師古)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말한 소백산을 조망하기 좋은 명당이다. 소백산 북서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들은 남한강으로 잦아들기 전에 구봉팔문(九峰八門)이란 명당을 빚는다.

소백산 구인사
구봉팔문 연화대지에 터 잡은 천태종 총본산

신비한 기운이 흐르는 구봉팔문 안쪽엔 우리나라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救仁寺)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산’에 안겨 있는 ‘사람을 살리는 도량’이라! 천태종의 중흥조인 상월(上月) 스님이 1946년 ‘소백산이 중생을 제도하는 곳’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구봉팔문 기슭에 구인사를 세움으로써 천태종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소백산의 정기가 응축된 명당 중의 명당인 데다 연화봉 아래 산줄기가 연꽃잎을 연상시킨다 하여 연화대지라고 불리는 대승영지. 낮엔 일하고 밤엔 도를 닦는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수행 기풍 덕분에 반세기도 안 돼 제법 번듯한 대가람이 되었다.

구인사는 외부 차량을 철저히 통제한다. 구인사 입구에 주차장(승용차 3,000원)에 차를 댄 뒤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3~4분, 도보로는 15분 만에 일주문 바로 아래에 있는 구인사공용정류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내린 뒤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오르면서 양쪽으로 세워진 전각을 구경할 수 있다. 일주문에서 법당까지는 400m(10~20분 소요), 법당에서 조사전까지 다시 400m(도보 20분 소요)다. 보통 관광객들은 조사전까지만 오른다. 여기서 상월 스님 묘소가 있는 적멸궁까지 가려면 900m(20~30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즉 구인사 답사 시간은 주차를 한 후 적멸궁까지 다녀오는 데 최소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문의 043-423-7100, www.guinsa.org




별미


마늘정식


▲ 마늘정식.

단양의 으뜸 농산물은 마늘이다. 석회암지대의 황토밭에서 재배된 단양 마늘은 저장성이 강한 한지형 마늘로서 맛과 향이 독특하다. 특히 알리신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우리나라 대표 마늘로 인정받고 있다.

단양 읍내에 자리한 장다리식당의 ‘마늘돌솥밥’은 단양의 대표 농산물인 마늘을 주요 식재료로 사용한 단양의 대표 별미다. 돌솥에 마늘을 비롯해 흑미·기장·찹쌀·백미 네 가지의 곡식, 그리고 밤·대추·은행·호박씨·콩 등을 함께 넣고 짓는다. 또한 육회, 돼지목살 수육 등이 나오는 수십 가지의 반찬 중엔 마늘맛살샐러드, 마늘통튀김, 고추마늘튀김, 마늘장아찌, 마늘빵 등 마늘을 이용한 반찬이 골고루 딸려 나와 마늘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 마늘돌솥밥은 독특한 맛은 물론 영양도 골고루 갖춰 단양군민은 물론 외지의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일엔 하루 300~400명, 성수기 주말엔 600~700명이 이 마늘돌솥밥을 맛보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이 음식으로 1994년과 1995년 2년 연속 향토음식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1997년엔 전국한우요리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또 ‘VJ특공대’ ‘6시 내고향’ 등 텔레비전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양의 대표적인 별미다. 평강 마늘정식(1인분) 1만2,000원, 온달 마늘정식 1만5,000원, 효자 마늘정식 2만 원, 장다리 마늘정식 2만5,000원. 마늘비빔쌈밥 1만 원. 문의 043-423-3960



민물고기 매운탕


▲ 쏘가리매운탕
남한강을 끼고 있는 단양에선 민물고기 매운탕을 맛보자. 남한강 물줄기엔 피라미, 갈겨니, 돌마자, 동자개, 꺽지, 쏘가리 등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식당마다 이런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차리지만, 큰맘 먹는다면 쏘가리매운탕도 맛볼 수 있다.

한국 특산종인 쏘가리는 맛과 영양이 뛰어난 고급 어종으로서 회와 매운탕은 오래전부터 귀한 별미로 꼽혔다. 조선시대 가정백과전서이자 최고의 요리책으로 일컬어지는 <규합총서(閨閤叢書)>엔 쏘가리를 천자가 먹었기 때문에 ‘천자어(天子魚)’라고도 했으며, 오뉴월 효자가 노부모에게 끓여 바친다 하여 쏘가리탕을 ‘효자탕(孝子湯)’이라고도 불렀다고도 한다.

육질이 단단한 쏘가리는 씹는 맛이 있어 회로 먹어도 좋지만 역시 매운탕이 제격이다. 특히 단양 등 남한강 상류 지역의 쏘가리는 기름기가 없어 씹을 때 단맛이 난다. 쏘가리매운탕을 차리는 식당은 단양터미널과 고수동굴, 도담삼봉 주변에 모여 있다.

단양터미널 앞엔 전통 있는 맛집으로 소문난 어부네집(043-422-2208)을 비롯해 박쏘가리(043-421-8825), 강쏘가리(043-421-4000), 민아식당(043-422-1775), 쏘가리촌(043-421-2580) 등 횟집이 많다. 쏘가리회는 1kg(2~3인분)에 13만 원 내외. 쏘가리매운탕은 소(2인) 5만 원, 중(3인) 6만 원, 대(4~5인) 7만 원.
일정별 길잡이
▲ 1 ES리조트. 2 소선암자연휴양림. 3 소선암오토캠프장.

>>숙박

△ 청풍호권  교리관광단지에는 호수 전망이 좋은 청풍리조트호텔(043-640-7000)을 비롯해 청풍랜드(043-648-4151), 청풍여관(043-648-0021), 뉴월드장(043-652-3843), 수산관광농원여관(043-648-2277~8) 등이 있다.

제천 능강리지구 호수 전망이 아주 좋은 언덕에 자리 잡은 ES리조트(02-508-0118, www.esresort.co.kr)는 유럽풍의 휴식공간이다. 예전엔 회원제로 운영했으나 최근엔 체험 숙박 형식으로 바뀌면서 비회원도 숙박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금수산모텔(043-653-8254), 능강리민박(043-653-799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근처에 민물고기 매운탕이나 토종닭 요리 등을 파는 식당도 여럿이다.

청풍문화재단지 근처의 제천 학현리에 금수산민박(043-648-0471), 아름마을팬션(043-648-1258), 물태리에 청풍원룸민박(043-648-3934), 청풍민박(043-647-7945), 꺼먹돼지민박(043-648-3156) 등이 있다.

장회나루 근처엔 단양군 단성면 외중방리의 팔경모텔(043-421-2900~1), 고평리의 한마음농원(043-422-7793) 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숙박시설은 많지 않은 편이다.

△ 선암계곡권  선암계곡은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서 대잠리에 이르는 단양천 상류를 이루는 약 10km의 계곡을 말한다. 이곳엔 소선암자연휴양림, 소선암오토캠프장, 소선암 야영장, 중선암 야영장 등 캠핑할 곳도 의외로 많다.

소선암이 있는 하류 대잠리엔 솔밭휴게소콘도형민박(043-422-1473), 방앗간민박(043-422-3389), 테라스에별이뜨면(043-422-1464), 삼선민박(043-422-1460) 등이 있다. 오토캠핑장은 1박에 1만1,000원, 10인 이상 또는 텐트와 함께 천막을 설치하면 추가 3,000원.

소선암자연휴양림은 휴양림 앞으로 맑은 계류가 흘러갈 뿐만 아니라 주변의 숲도 짙어 편안히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양시설이다. 사용료는 숲속의집(46m2, 8인) 8만 원, 통나무집(23m2, 6인) 7만 원, 산림문화휴양관(46m2, 8인) 8만 원. 산림복합휴양관 23m2형(6인)는 5만 원, 46m2(8인)는 8만 원, 99m2(15인)는 15만 원. 야영장 소형(9인 이하) 2,000원, 대형(10인 이상) 5,000원, 정자 5,000원, 평상은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300원. 주차요금은 소·중형 2,000원. 휴양림관리사무소 문의 043-422-7839, www.cbhuyang.go.kr/soseonam

중선암에서 상선암으로 이어지는 가산리에 별천지계곡펜션(043-422-1522), 샤인캐슬(043-422-1572), 선암펜션(043-421-0421), 숲속의휴식(043-422-1577), 아뜨리에(043-422-9535) 등의 펜션과 굽이굽이(043-422-0277), 도락산가든민박(043-421-3030), 삼진민박(043-421-4411), 상선암민박(043-422-3247), 선암골민박(043-421-3006), 황토펜션형민박(043-422-1473) 등 민박을 겸하는 식당이 많다. 도락산장(043-422-1411)은 모텔형 숙소다.
사인암 근처엔 새남민박(043-422-7236), 서울민박(043-422-2469), 만남의집(043-422-0074) 등이 있다. 민물매운탕을 차리는 식당도 여럿이다.

△ 단양 읍내권  단양 읍내 남한강 주변엔 대형 숙박시설 외에 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강변에 모텔이 많다. 단양관광호텔 에델바이스(043-423-7070, http://danyanghotel.com), 대명리조트단양(043-420-8312, www.daemyungresort.com)을 비롯해 금수장(043-423-2402), 금호장(043-422-3557), 꿈의궁전(043-421-2112), 럭셔리호텔(043-421-9911), 롯데모델(043-423-0765), 리버텔(043-421-5600), 베니스(043-421-4400), 백년모텔(043-422-2204), 삼불장(043-423-8181), 성수장(043-421-2345), 성원장(043-422-1925), 오페라하우스(043-423-5751~2), 이화파크텔(043-422-2080), 파스텔파크(043-423-8160), 호수산장(043-422-2047) 등 모텔급 숙박업소가 많다.

△ 온달관광지권  온달산성 근처인 단양군 영춘면 하리에 태화산모텔(043-423-3024), 영상강민박(043-423-0573) 등이 있다. 구인사 입구의 백자리에 백문장여관(043-423-7259), 산울림(043-423-2106)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구인사 주차장 근처에 금강식당(043-423-2594) 등 ‘산채도토리 쟁반국수’를 차리는 식당이 여럿이다.

소백산 남천계곡에 가을풍경펜션(043-421-0990), 구구산장(043-423-9919), 숲속의하루(043-423-7966), 남천민박(043-423-7231), 명희농장(043-423-6446), 반딧불(043-423-0862), 복천가든민박(043-423-7206), 산촌(043-423-2257), 성골촌(043-423-5535), 소백산계곡펜션(043-423-5153), 쉴만한물가(043-423-4233) 등 숙박업소가 많다.

가곡면 향산리 강가엔 어린왕자펜션(043-643-4877), 향기나무팬션(043-421-8911), 흐르는강물처럼(043-421-0868), 강나루(043-422-1888), 비경민박(043-422-7981), 향산민박(043-422-8596) 등이 있다.  

 

 「단양 도담삼봉(丹陽 島潭三峰)」은 절경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손꼽히며 단양군수를 지낸 이황을 비롯하여 황준량, 홍이상, 김정희, 김홍도, 이방운 등이 많은 시와 그림을 남긴 곳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개국공신인 정도전 탄생에 관련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정도전은 자신을 삼봉이라 자호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고 전한다.

도담삼봉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원추 모양의 봉우리로 남한강이 휘돌아 이룬 깊은 못에 크고 높은 장군봉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형상이 기이하고 아름다우며 남한강과 어우러져 뛰어난 절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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