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살아가는 이모저모

해남 해창 막걸리 예찬 2.

by 북한산78s 2013. 6. 23.
728x90
SMALL

원문출처 : 한사의 서재
 원문링크 : http://blog.chosun.com/hansakds/7024040
 

조선일보 오태진 수석논설위원의 글을 읽고서야, 내가 사는 해남에 이런 훌륭한 술도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날 진료실에만 앉아있어서인지 지역 소식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후 진료가 끝나자마자 방학해서 집에 내려와 있는 아들아이와 해창주조장에 들렀다. 우리 집에서 해창주조장까지는 약 8.5km정도 거리였다. 거리상으로만 보자면 자전거로 다녀와도 좋을 성싶었는데 자동차로 이동하며 실제 도로상황을 점검해봤더니 자전거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로였다. 자동차는 씽씽 달리고, 갓길 여유가 거의 없는 자동차 주행용 지방도였다.



K-1.jpg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달려 해창주조장에 도착했다. 마침 주인장이 큰 저장통에서 작은 막걸리병으로 막걸리를 옮겨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태진 논설위원 글 보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해남 삽니다. 해창막걸리 맛이 괜찮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도가 주인장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오 논설위원께 처음 들었답니다.”


“오, 그러셨습니까. 오 위원님은 엊그제 토요일 다녀가셨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 더 잘 대접해드릴 걸 그랬나요? 하하. 해남 어디 사십니까? 아들이신가봅니다. 두 분 모두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저는 해남읍 매일시장 바로 옆에 삽니다. 오 위원 추천하신 막걸리 맛 좀 봅시다. 지금 따르고 계신 막걸리 두 병만 주십시오.”


주인장과 얘기하는 중에 주인아주머니께서 집안에서 밖으로 나오셨다. 이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일부러 찾아오셨는데 저희가 일반 막걸리보다 맛 좋은 막걸리를 드릴께요. 이건 보통 막걸리인 멥쌀 막걸리입니다. 이것은 찹쌀 막걸리입니다. 이것이 오 위원께서 극찬하신 숙성주입니다. 6개월간 숙성한 막걸리입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보통 생막걸리 2병만 필요합니다.”

 

 

26852_6788_1540.jpg

 


사양했지만 주인장 부부에게 지고 말았다. 멥쌀 막걸리 2병, 찹쌀 막걸리 1병, 6개월 숙성막걸리 1병을 받아왔다. 받지 않겠다는 술값으로 나도 역시 억지를 부려 5천원을 드렸다. 조만간 또 만나기를 기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6시 10분경, 아들아이가 배가 고프다 했다. 단골 식당에 음식을 준비하도록 미리 연락해두었다. 음식점 주인장에게 회를 한 접시 주문했더니, 요즈음 날씨가 더워서 회 상태가 썩 좋지 않다며 다음에 드시란다. 대구뽈찜을 주문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바로 우리 앞에 상이 놓였다.


“아들, 막걸리 한잔 따라봐라. 순서는 멥쌀 막걸리, 찹쌀 막걸리, 숙성 막걸리 순이다.”


아들이 차례대로 막걸리를 내 잔에 채웠다. 아들아이가 따라주는 막걸리잔을 들고 나는 느꼈다. 음.. 행복하다. 첫잔, 멥쌀 막걸리는 큰 술통에서 바로 따라온 술이다. 냉장도 안되고 숙성도 안된, 그야말로 생막걸리다. 달지 않은 그렇다고 쓰지도 않은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듯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한 맛이었다. 한마디로 건강한 막걸리 맛이었다. 막걸리는 참 오랜만에 먹는다. 이전에 막걸리 마신 게 2~3년 된 듯싶다. 두 번째 잔은 찹쌀 막걸리다. 하루 이틀 숙성 냉장된 것이다. 멥쌀 생막걸리 보다 더 시원하고 입에 달라붙는다. 단맛도 약간 더하다. 온도차, 냉장 숙성의 영향일까.. 나는 멥쌀 생막걸리가 더 나았다. 아들아이는 찹쌀 막걸리가 더 낫단다.


마지막으로 6개월 숙성주 잔을 들었다. 따르니 요구르트처럼 막걸리가 걸쭉하다. 과연 맛이 어떨까? 마셨다... 아들아이 표정이 변한다.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6개월 숙성 막걸리 맛은 말할 수 없다.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해남 해창주조장에 와서 맛을 보시라, 직접.


오태진 수석논설위원께서 한점 과장하지 않으셨다. 해창주조장 막걸리 맛은 훌륭했다. 나, 아들, 음식점 주인장 셋이서 해창막걸리 3병을 나눠 마셨다. 음식점 주인장말로는 자기에겐 6개월 숙성주가 특별하단다. 한잔 두잔 세잔 작은 막걸리 잔으로 열잔 정도 마셨다. 오랜만에 공복부터 시작한 술이므로 취기가 빨리 올랐다. 취기가 약간 돌며 마시는 뜰뜰한 숙성 막걸리 맛은 환상이었다. 그 진함!


閑士

해남에서 해창막걸리를 빚고 있는 박미숙씨와 남편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해남=박희석기자 dia@

70년 전통을 이어온 해남 해창막걸리가 23일 서울경희궁에서 개최되는 ‘김치사랑축제 2009’에서 애주가를 유혹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김치사랑축제 2009’는 23일∼25일 3일간 서울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한국김치협회, 종로구청, 서울역사박물관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일상적인 장소가 아닌 역사가 살아 숨쉬는 궁안에서 펼쳐지는데 이 축제에서 해창막걸리는 포천의 이동막걸리, 배상면막걸리와 서울 애주가들의 입맛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된다.

해창막걸리의 역사는 지난 2006년 작고한 황의근씨로부터 출발했다. 황씨는 14살이던 1937년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에서 막걸리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해창막걸리는 해남 뿐 아니라 전라도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막걸리로 이름을 떨쳤다. 황씨가 세상을 뜬 이후 현재는 친척인 김순례씨가 운영하고 있으며 김씨의 딸 박미숙씨가 황씨의 업을 잇고 있다.

배양균을 사용하는 일본식 쌀 누룩이나 효모를 첨가하는 일반 막걸리와는 달리, 해창막걸리는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함께 발효시키는 70년 전의 전통방식을 그대로 고집하고 있다. 과거 농주로 사랑받던, 텁텁하면서도 진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김씨는 “70여년 전 장작으로 고두밥을 쪄내던 것이 스팀보일러로 바뀐 것하고, 술독이 스테인레스로 변한 것이 달라졌을 뿐 만드는 방식은 여전하다”며 “요즘에는 퓨전막걸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나 혼자라도 옛맛을 끝까지 이어갈 각오”라고 말했다.

해창막걸리는 거친 체로 거르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 원료성분과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균체가 막걸리 속에 살아있다. 특히 효모균체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함량이 높아 영양이 풍부하다. 또 인체의 조직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과 간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라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톡 쏘는 맛을 내는 유기산은 장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해창막걸리는 모든 과정이 김씨 등 3명의 손으로 빚어지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은 150ℓ에 불과하다. 판매단위는 0.9ℓ짜리가 1천500원, 2ℓ짜리는 3천원이다. 맛도 맛이지만, 생산시설이나 유통망 역시 70여년 전과 마찬가지여서 매일매일 주문에 따라 싱싱한 막걸리를 생산, 택배를 통해 판매해오고 있다.

김씨는 “자식들이 서울에서 막걸리를 제조하기 위해 서울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시도해봤지만, 제맛이 아니었다”며 “해남의 청정한 공기와 물이 아니면 고유의 맛을 낼 수 없어 앞으로도 해창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의(061)532-5152.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