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공항에 7시30분까지 나갔다.
비행기 시간은 9시45분이었다.
공항에서 처음 마주친 일행들의 면모에서 나는
바로 주눅이 들고 말았다.
다들 당당한 등산복 차림에 완고한 모습들하며
차림새가 선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걸 어째~~ 제발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될텐데~~'
'나만 어정쩡한 거 아닌가? 나만 못따라가는 건 아닐까?'
17키로 정도만 카고백을 채워오라고 했지만 전날 새로 산
등산화땜에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 가죽등산화를
하나 더 넣었더니 나만 카고백이 가득찼다.
모든 게 나만 어색했고 불안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가지고, 대한항공에 올랐다.
카트만두 행 비행기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탔다.
네팔에 사는 사람들과 산이 목적인 사람들.
ㅎㅊ 여행사에서 떠나는 팀은 두 팀으로 한 팀은
에베레스트를 향해 가는 일행들이었고, 우리 팀 15명은
현지에서 한 명이 합류하기로 해 16명이 안나푸르나 트래킹팀이다.
새벽에 나오느라 무척 배가 고팠다.
타자 곧 영화시청에 들어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연결법 때문이었다.
스페인을 다녀오자 며칠 쉬고 바로 네팔행인데 영화를
틀자마자 바로 OST로 '알함브라 궁의 회상' 이 나왔다.
게다가 그 영화속 주인공 여자이름이 '리사'였다.
다 보고 다른 유럽영화를 틀자 스페인영화로 무대가
마드리드였다.
이럴 땐 데자뷰현상도 아니고 무섭다.
어쨌든 7시간이 걸려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카트만두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짐을 찾아도 나갈 구멍이 없어 틈새를 뚫고 나가야만 했다.
작고 냄새나고 복잡하고 더럽고 엉성했다.
그나마 오늘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적은 편이란다.
보통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엉망진창이었다.
네팔이라는 나라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가난한 나라 세계 4위라는 말이 있고 10위라는 말도 있는 나라다.
GNP가 560달러 정도인 곳이고 히말라야 산맥의 중앙부 반을
차지하는 내륙국가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힌두교이고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2007년 왕정이 무너지고 2008년 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옛날 왕은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나 죽고 동생이 이어받으면서
왕권도 권위를 잃고 말았다.
카트만두는 사람 살곳이 못된다.
마스크없이는 다니기가 불편하고 온통 먼지에
배기가스가 넘치고 대부분의 차들이 20년은 족히
되어 보인다.
새 차가 거의 없다.
타멜시장에서 100불을 환전하자 8767루피를 준다.
보통 10달러를 바꾸는 것과 100달러 짜리를 바꾸는데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장에는 한국의 유명등산용 아웃도어 상표가 다 있다.
가격은 한국보다 20% 정도 저렴한데 주로 오래된 상품이다.
짝퉁 상품도 아주 많아보인다.
먼지를 마시기 위한 건지 시장구경을 간건지 구별이 안된다.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날 때는 카메라를 절대
그 쪽으로 향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만약 사진찍는 시늉이나 찍기라도 하면 바로
카메라를 압수 당한다고 한다.
왕궁 가까이에 미국대사관이 있었다.
카트만두 시내에는 아주 비싼 호텔이 하나있는데
하루 룸값이 주로 400만원~1200만원 정도 하는데
세계 유명인사들이 주로 묶는 곳이란다.
네팔 전통의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게 시설한
곳이라는데 언젠가 tv에 나온 걸 본 기억이 있다.
세계적인 호텔이다.
그런 호텔이 더럽고 지저분한 카트만두 시내에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 와중에 펩시나 코카콜라, 삼성, LG등 유명상표들은
지저분한 가운데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세얼간이 라는 인도 영화에 나오는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삼성 핸드폰을 선전하고 있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인도에서 본 장면처럼 카트만두에서도 군데군데 몇 명의
남자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거나 멀뚱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폐허같은 느낌인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정말 의아하고, 심지어는 세르비아 같은 곳보다 더 처참해
보이기도 했다.
발전이 멈춘 나라, 누군가 말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최대빈국으로 국가보조를 받고 있는 나라, 많은 인력송출을
하고 있는 나라, 그리고 관광수입이 국가재정인 나라.
우리 일행은 불교사원인 보우넛사원으로 갔었다.
어딘지 엉성하고 지저분하고 더럽고 많은 이들이
빙빙 돌고있는 사원이었다.
하지만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네팔전통 가옥들은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타르초들이 나부끼고 머리를 틀어올리거나 꼬거나
감지않은지 한 달은 넘어 보이는 네팔인들이 사원을
계속 돌거나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면 예외없이 풍기는 냄새들에 익숙해져야겠지..
카트만두는 분지도시이다.
해발 1300미터에 위치해있고
더럽고 살기엔 적당치 않아도
세계적인 도시에 속한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찾는 곳이고
전세계인들이 히말라야를 가기위해
끊임없이 밀려온다.
만약 네팔이 더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나아져 국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면
우리가 히말라야를 찾을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할지도 모른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네와르 족이고
공항은 트리부반 공항이 있다.
아직은 인도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들에겐 종교가 전부이다.
네팔인들에겐 난방이라는 개념이 없다.
겨울에 맨발로 다녀도 아무렇치도 않나보다.
집 안이 바깥보다 더 춥다.
카트만두에 사는 한국교포들은 그들끼리
쇠난로를 만들어 집에 두고 난방을 한다고 한다.
정전도 자주 되는데 여름엔 한두시간은 기본이고
겨울엔 10시간 이상도 정전이 되곤 한단다.
호텔도 가끔 정전이 된다.
그 옛날 버스차장이 있고 꽉 찬 버스에 매달려
학교를 다니던 그때보다 더하면 덜했지 덜하지 않다.
더러는 우리의 5-60년대 생각이 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있었던 과거와는 또 다른 문화이다.
오토바이는 여전히 베트남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줄줄이 시내를 떼지어 다니며 또 다른 교통수단의 중심이
되어있었다.
시내에 있는 주유소들엔 기름을 넣으려는 오토바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며칠 전 오른 기름값으로 인해 데모가 끊이질 않는 요즘이기도 하다.
사람사는 건 다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보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내일이면 산으로 가야하는 내 마음도 착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장이나 길이나 차도나 뭐 큰 구별이 없이
질서나 방향이 없다.
길에서 파는 야채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먹거리랑
거의 비슷한 것들을 판다.
무우가 길고 가늘다.
트래킹 내내 자주보게 된다.
길에는 우리가 흔히 고들빼기라고 하는 야채를
팔았는데 여자들이 한 무리 흥정을 하기도 했다.
생강과 양파들도 흔히 보인다.
첫 날이라 네팔식 식사를 하게되었다.
식당에 도착해 들어가는 순간, 여자분 한 분이
이마에 빨간 가루를 찍어준다.
'티카'라고 축복을 빌어주는 일종의 의례이다.
여행시에도 공항에 도착하면 목에 노란 금잔화를
걸어 주기도 한다.
다니다보면 이마에 별의별 티카를 다 찍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많은 양의 샤프란을 찍어 바른 모습도 보인다.
식당 안에는 네팔전통 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이 보이기도 하고
성에 차지는 않지만 전통 쇼도 하고 있었다.
럭시라고 하는 네팔 술을 묘기를 부리며 따라주는 여성이
있는데 아주 작고 납작한 나무 잔에 한 방울도 넘치지 않도록
따르고 또 따라준다.
달밧.
네팔 전통음식.
커다란 쟁반같은 접시에 가운데 부슬거리는
쌀밥을 담아주고는 그 주변으로 커리를 비롯해
산돼지 고기들과 치킨, 나물들을 담아준다.
잘 먹을 수도 있는 정도이지만 독특한 향 때문에
그닥 입맛에 맞지 않았다.
반 이상을 남겼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카트만두를 떠나면 바로 아늑한 방과는 안녕이다.
바로 차가운 맨 밖과 거의 같은 롯지에서 자야한다.
우리는 카트만두 상그리라 호텔에 투숙을 했다.
밤에 도착해서 자세히 즐길 시간은 없었지만 사슴도
내려와 다닌다고 하는 아름다운 호텔이라고 한다.
늘 그렇듯이 한 때 호화로웠으나 지금은 물간듯한
호텔의 냄새가 났지만 이 정도면 아주 만족이다.
이렇게 카트만두에서의 하루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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