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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초암산 철쭉 2

by 북한산78s 2007.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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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빛] 초암산 철쭉
앞과 뒤로 끝없이 이어지는 ‘십리 철쭉 능선’
최초 지상 공개되는 철쭉 명산…수암리~정상~철쭉봉~무남이재 답사
▲ 광대코재 근처의 기암과 철쭉밭을 오르고 있는 취재팀. 5월4일의 철쭉꽃 밀도는 이곳 근처가 더 짙었다.

광대코재로 가는데, 왼쪽으로 또한 널찍한 갈림길이 뵌다. 능선에서 임도가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마침 나물 캐러온 아낙들이 철쭉밭에서 고개를 쳐든다. 철쭉화원은 정상에서 3km 멀리 떨어진 곳까지 따라왔고, 어떤 곳은 정상 근처보다 훨씬 더 꽃의 밀도가 높았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이자 정상에서 3.5km인 광대코재에 다다라 비로소 철쭉 잔치는 끝났다. 어림잡아 4km쯤 철쭉으로만 이어지는 이 초암산 능선을 우리는 십리 철쭉 능선으로 부르기로 했다.

철쭉에는 이제 아무 미련도 없어 곧장 남쪽 무남이재로 내려섰다. 허리 굽혀 삼단 스틱을 짚
어야 할 만큼 길이 가파르다. 무남이재는 저기 설악산 희운각 옆의 무너미재와 의미가 같은, 물줄기를 나누는 고개란 뜻일 것이다. 고갯마루의 등산로 안내판은 바람에 떨어져 내렸고, 넓은 임도가 지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수남계곡 경치는 경치랄 것도 없는 평범한 수준이다. 양쪽 산비탈에 깔린 신록과 깊은 산촌의 정적을 즐기며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러나 이 정적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곧 이 계곡을 꿰고 지날 것이라 한다. 그 이후에도 초암산 철쭉은 여전히 붉고 광대한 화원을 이룰 것이지만, 연록색 신록의 바다가 배경이던 시절의 풍치에야 비교할 것인가. 어쩌면 초암산은 언제까지나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철쭉 산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 글 안중국 차장 tksdkr@chosun.com
/ 사진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명소

다원

봇재에서 긴 차나무 두둑들 한눈에 조망

다향 보성의 5월에서 단연 볼거리는 차밭과 철쭉이다. 차밭은 보성군내 전역에 걸쳐 분포하지만, 보성 남쪽 회천면 일대에 대한다원을 비롯한 큰 다원들이 여럿 모여 있다.
철쭉 만개철과 차를 수확하는 시기에 보성다향제가 열리므로 곳곳에 볼거리가 펼쳐진다. 주말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싶으면 그냥 봇재 고갯마루의 휴게소에 주차하고 전망대에서 차밭을 구경해도 된다. 보성제1다원의 짙푸른 차나무 두둑들이 줄지은 모습이 한눈에 들며, 무료로 차 시음이 된다.

무료 차 시음장 또한 보성군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들 시음장 내에선 각자의 농원에서 만든 차를 비롯해 차를 재료로 만든 과자, 떡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차만 마시고 간다 하여 아무 말도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도 된다.


보성호
오랜 자연호 같은 남한 최고(最古) 발전용 호수

보성군에는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수력발전용 댐 보성댐이 있다. 1937년 준공되었으니 올해로 무려 만 70년이다. 이 보성댐으로 조성된 인공호 보성호는 70년이란 세월이 지나며 이제는 인공호라기보다는 자연호수에 가까운 풍치를 보인다. 호수 주변으로 무성히 자라난 수초와 심은 지 수십 년이 지나며 이제는 아름드리 노거수가 된 벚나무를 비롯한 수목들로 보성호는 깊고 그윽하다.

농사철에 다소 물이 빠진 느낌이 들 뿐 수력발전용으로 흘러나가는 물은 얼마 되지 않아, 갈수기엔 호안의 벌건 흙비탈이 드러나는 대형 인공호수들과는 달리 물 가득한 호수의 이미지를 좀체 잃는 법이 없다. 지나치게 넓지도, 농업용의 작은 저수지처럼 답답할 정도로 작지도 않은 편안한 넓이의 수면을 눈앞에 펼쳐보인다.

호수 남안으로는 중앙선이 그려지지 않은 ‘시골형’의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한 가닥 지나고 있으며, 거기 찻길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을 정도로 통행량도 적어 호수는 늘 한적하다. 호숫가의 민가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 이런 아름답고도 그윽한 호수 풍경을 마주했던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보성호의 아침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뿐, 순수한 고요 속에 가라앉아 있다.

이 보성호반에 그림 같은 한옥 펜션과 황토방 방갈로들로 ‘청풍황토방’을 짓고 전국적인 명소로 가꾸어 보려던 박석기씨의 꿈은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깨질 위기다. 외부의 소음을 막는 울타리 구실을 하던 집 뒤의 산릉을 으깨며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지나게 된 것이다. 보성군은 득량만을 자랑하지만, 그 정도 해안은 흔하고 흔하다. 그보다는 이 희귀한 보석 같은 보성호의 고요한 풍치를 보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산행길잡이

철쭉밭만 똑 따서 구경하고 내려올 수도

수남리 계곡 가운데를 지나는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착공되면 초암산행은 정상 북쪽과 서쪽의 등산로에서만 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들 등산로를 이용해 철쭉 능선 구경도 충분히 하고 산행도 다소 길게 하려면 겸백면 소재지→정상→철쭉봉→금천리로 코스를 잡는다(약 7.5km, 5시간 소요). 그 역코스도 되겠지만 오름길이 가팔라서 한결 힘이 더 들 것이다. 금천리까지 택시료 6,000원.

짧게 철쭉만을 보고 내려오려면 임도 중간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정상~철쭉봉 능선을 보고 다시 임도로 되내려오면 된다(면소재지→정상→철쭉봉 5.5km, 4시간 소요). 이후 임도로 택시를 불러 타고 차를 둔 겸백면 소재지로 되내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택시비 10,000원. 겸백 개인택시 061-853-6363, 2700, 6005. 철쭉철에도 대개 부르면 바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한편, 겸백면은 철쭉철로 겸백면 소재지의 폐교된 겸백중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개방한다.

초암산 북사면을 지나는 임도는 잘 정비돼 있으며, 연중 개방해둔다고 한다. 북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썩 괜찮은 편이니 드라이브를 해본다. 산중턱을 가로질러 달리던 임도는 광대코재 북동쪽의 안부에서 서쪽의 선암리 계곡으로 이어지는데, 이곳부터는 갑자기 굴곡이 매우 심하고 깊이 팬 곳도 나타나는 등 승용차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태이므로 차를 되돌려야 한다.
임도에서 철쭉봉까지는 1km 정도에 불과하므로 새벽 풍치도 한 번 구경해본다. 붉은 철쭉꽃무리 위로 붉은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풍치는 대단하다. 초암산정에서 철쭉밭은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으로 펼쳐져 있다. 


교통

서울→보성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토ㆍ일요일 하루 2회(087:10, 15:10), 평일 1회(15:10)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19,400원. 보성 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61-852-2777.
보성→서울  토·일 하루 2회(08:20, 15:20) 평일 1회(08:20) 운행.
보성→겸백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8회(06:00, 07:40, 08:50, 10:45, 12:10, 14:30, 16:30, 17:20) 운행. 30분 소요, 요금 1,500원. 보성교통 전화 061-857-6393.
서울~광주 간 수시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다음, 보성~광주 간 수시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가용 차량으로 수도권에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으로 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면 된다.


숙박

겸백면소재지 남쪽 보성호반에 청풍황토방(061-853-4742)이란 멋진 업소가 있다. 한옥식 숙소, 독채로 된 황토방 방갈로 4동을 갖췄다. 호숫가의 정자에 앉아 보는 노을이 멋지다.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5평형 객실 12만 원, 황토방갈로 50,000원. 풀어 키운 촌닭백숙 50,000원.

보성 읍내에 광일장모텔(061-852-66610, 금호장(853-9991), 굿모닝모텔(852-2131), 그린파크여관(853-2101), 나인모텔(852-5695) 등의 업소가 있다.
겸백면에서 약 25km 거리인 제암산 기슭의 제암산 자연휴양림(061-850-5427)에서 머무는 것도 좋다. 철쭉철에는 1주일쯤 전에 예약해야 한다.
보성 남쪽 득량만 해안가를 드라이브 중 은빛바다펜션(061-852-1144)이라는, 은빛 바다가 시야 한가득 펼쳐질 둔덕에 자리 잡은 멋진 펜션을 보았다.


음식

차로 유명한 고장 보성은 녹차 잎을 먹여 키운 이른바 녹돈구이가 별미로 알려져 있다. 보성 곳곳에서 녹돈구이집 간판을 볼 수 있다. 보성군이 추천하는 보성읍내의 식당은 가마실식당(852-7645), 녹차골식당(852-3222), 녹황우식당(853-3336), 실비식당(852-280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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