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종을 표기할 때 보통 A330, A380, A350, B737, B747, B777, B787 등 세자리 숫자로 표기한다. 같은 기종이라도 항속거리, 동체길이 등에 따른 변형이 있어 세부명칭은 A330-200, B747-400, B777-300 등 여섯자리 숫자로 표기한다. 여기에 보잉의 경우 장거리용으로 장거리용으로 개발된 기종에 추가로 ER(Extended Range)나 LR(Long Range)를 붙이기도 한다.
여섯 자리 숫자 중에서 마지막 두 자리 숫자는 일반적으로 A330-200, B747-400 등 ‘-00’ 으로 표기하지만 정확한 표기는 A330-223, B747-4B5 등 나름 의미가 있는 숫자나 기호가 붙는다. 이렇게 마지막 두 자리 숫자나 기호가 갖고 있는 의미는 에어버스 기종과 보잉 기종에 차이가 있다.
* 대한항공 HL7540기, A330-322으로 PW4168 엔진(코드 22)을 장착한 A330-300 이다. 2008년 인천공항에서 촬영
* 타이항공 A330-343기, 장착된 엔진이 영국 Rolls Royce사의 RR Trent 772엔진 이다. 2019년 나리타공항에서 촬영
에어버스 기종의 경우 마지막 두 자리 숫자는 장착된 엔진의 에어버스가 사용하는 고유번호를 의미한다. 예를들면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A330-322의 ’22’는 미국 Pratt & Whittney사의 PW4170 엔진의 고유번호 이고, 타이항공의 A330-343기의 ’43’은 영국 Rolls Royce사의 RR Trent 772B-60 엔진을 의미하고 있다.
* A330기종의 세가지 엔진 (좌) 중화항공 GE (중) 대한항공 PW (우) 캐세이퍼시픽 RR
2011년 콴타스항공(QF)과 싱가폴항공(SQ)이 보유한 A380기가 연달아 엔진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되었을 때, 당시 A380을 보유하고 있던 에미레이트항공(EK)과 에어프랑스(AF)가 느긋했던 것도 SQ과 QF가 보유한 A380기종은 문제가 된 Rolls Royce 엔진을 장착한 A380-841(SQ), A380-842(QF) 이지만 EK와 AF는 미국 Engine Alliance사의 GP7270을 장착한 A380-861 이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 B777기의 엔진에 화재가 난 사고가 발생해서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77-200ER기는 당분간 운항이 중지되었지만 B777-300ER은 계속 운항하고 있는 것도 두 기종의 엔진이 다르기 때문 이다.
* 보잉 B747-400기의 객실 앞 부분이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좌)KLM (중) 대한항공 (우) 타이항공
보잉 기종의 경우 숫자나 알파벳으로 조합된 마지막 두 자리 기호는 Boeing Customer Code로 항공기를 처음 주문한 항공사의 고유번호를 의미한다. 보잉사가 기종 명칭에 항공사 고유코드를 넣은 것은 보잉사 최초의 제트여객기이자 제트여객기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B707 부터 라고 한다. 항공기는 주문생산이기 때문에 항공사 마다 주방과 화장실의 위치 등 객실 인테리어에 요구하는 세부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해 항공사코드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두 자리 항공사코드 번호는 기체가 다른 항공사로 팔려가도 바뀌지 않는다. 한때 인천공항에 취항했던 태국의 항공사 오리엔트타이(OX)가 보유했던 B747기의 세부기종명칭을 보면 B747-146(JL), B747-238(QF), B747-3B5(KE), B747-422(UA) 등 마지막 두 자리 부호가 다양한 것은 모두 여러 항공사에서 사용하던 중고기를 도입한 것이기 때문 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1990년대 부터 모두 신형기종을 도입하여 보잉기에는 B777-3B5, B737-8B5, B747-4B5 등 대한항공 고유코드인 B5가 붙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B767-38E 등 8E가 붙는다. 간혹 마지막 두 자리 코드가 다른 것은 자체 도입한 것이 아니라 리스로 도입한 경우 리스전문회사의 코드가 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초기에는 거의 기령 10년 정도의 B737NG 기를 중고기로 도입하였지만 최근에는 제주항공도 직접 보잉에서 새 비행기를 도입하여 제주항공이 보유한 기종 중 HL8316, HL8317, HL8318은 B737-8LC(WL)로 LC라는 고유 코드가 포함되어 있다.
* 대한항공이 2019년 도입한 B7770-300ER HL8347기. 3월17일 제주공항에서 촬영,
그런데 지난 주 제주공항에서 만난 HL8347기의 족보를 캐다 보니 보잉사가사용해오던 항공사코드가 사라졌다. 대한항공이 최근에 도입한 B777기 두 대가 모두 B777-3B5ER이 아닌 B777-300ER로 표기되어 있다. 보잉사는 최근에 주문항공사를 표기했던 기종의 표기방식을 변경하여 항공사코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 planespotters.net 에 공개된 대한항공 기종소개의 일부 화면을 편집한 것.
보잉기종의 Production List를 보니 2년 전 부터 항공사코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보잉사의 최신기종의 하나인 B787 Dreamliner도 1호기인 일본 ANA항공의 JA801A 기도 세부기종명칭을 B787-881로 사용했었지만 몇 년 전부터 B787-8 Dreamliner로 변경되고 있는데 그때 이미 세부기종명칭 단수화 작업이 진행되었나 보다. B737 MAX기도 모두 항공사코드가 없이 B737-8 MAX로 통일되고 있다.
보잉사는 딱히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종표기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고유코드를 가지고 항공기의 족보를 캐던 매니아들로서는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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