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지만, 한 입 떠 넣으면
그들이 옆에 있는 듯 느껴지는
음식을 만들었다.
한련의 톡 쏘는 맛, 식초를 뿌린 비트 잎,
버터와 소금과 후추를 넣은 매시트 포테이토,
설탕 한 숟가락과 생크림을 뿌린 잘 익은 싱싱한 딸기.
이런 것들은 한 입만 맛보아도 그분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포옹이, 할아버지의 휘파람이 어땠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입에 넣을 때마다 그들에 관한 기억이 재생되었다.
할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도, 할머니의 웃음소리와
전염성 강한 미소도, 그들의 눈가에 자글자글하던
잔주름도 전부 떠올랐다.
그 애틋하고 편안한 요리에 담긴 그들의
온기와 사랑과 감정과 추억들도 전부 떠올랐다.
그것은 소박하고 좋은 음식의 힘이었다.
나는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었고,
손님들이 그런 기분을, 향수와 사랑을
느끼기를 바랐다.
수비드나 무스 같은 음식, 거품 낸 음식은 싫었다.
수상에 빛나는 세계 최고의 요리를 만들겠다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싫었다.
나의 요리는 최신식은 아니었고,
금가루 같은 것이 뿌려지거나 핀셋을 이용해
장식한 화려한 음식도 아니었다.
나의 목표는 한 입 먹는 순간 누군가가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드는 음식,
어린 시절과 사랑했던 사람이 떠오르는 음식,
그와 함께했던 순간이 하나, 둘, 수도 없이
떠오르는 음식이었다.
무더운 7월 초에 캔 햇감자처럼 수수한 음식이었다.
껍질은 부드럽고 속살은 포슬포슬 달콤해서
질 좋은 굵은소금 한 자밤과 사르르 녹을 버터 한 덩어리를
더하면 충분하고, 특별히 근사한 것이 끌리는 날에는
싱싱한 딜 정도만 곁들여도 더할 나위 없는
햇감자 같은 음식.
또, 부드럽게 잘 익어 과일다운 달콤함이 있는,
막 덩굴에서 꺾어낸 토마토 같은 음식이기도 했다.
여름 오전의 햇살을 머금어 아직 따뜻한 과육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리고 싱싱한 바질 잎을
몇 개 얹으면 충분한 음식.
그리고 갓 구운 바삭바삭한 빵과 그 위에
올린 감칠맛 나는 치즈, 쫀득한 꿀 한 숟가락과
달콤한 과일잼 같은 음식이었다.
왜냐하면, 일단 음식을 먹어 치우고 나면
며칠 뒤, 몇 달 뒤, 몇 년 뒤
남는 것은 음식을 먹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요리는 누가 가장 멋진 음식을
만드는지 대결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요리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음식의 맛을 오래가는
추억으로 바꿔준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좋은 음식이란, 사랑을 표현할 말이 없을 때
사랑을 맛보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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