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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트래킹 여행기 10

by 북한산78s 201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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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일어나니 산이 붉게 물들었다.

떠나는 날 이별식을 멋지게 해주는 나의 안나.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여~~ 언제 이리 가까이 보려나.

조용한 사방을 둘러보며 우리는 분주히 채비를 한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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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쯤이었나.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다.

저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만리장성 아저씨!!

헬리콥터에는 시신포함 5명 밖에 못탄다.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은 따로 가야한다는 결론이다.

그 팀이 6명이었으니까.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이내 재잘거리는 다른 만리장성팀을

보며 잊어버렸다.

그들도 뭔가 장비가 허술한 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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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엔 저런 네팔리 집들과

상점을 무수히 지난다.

누군가 맥주 4병을 쏜다고 해서 질세라

끼여서 마셨다.

내 걸 남겨두었다며 먼저 내려간 룸메가

컵에 벌컥벌컥 따라준다.

맛있다.

히말라야 맥주~~~~크악~~~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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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간다.

뒤돌아보고

자꾸보고

이상타...

왜 자꾸 멈추게 하는거지?

또 멈추고 뒤돌아보고..

경치와 동네가 순수함 그대로

기막히게 아름답다.

오빠는 연방 아름답다고 흐뭇해하며

여기서 살면 좋겠단다.

무공해 인간인지라 무공해를 보면 알아본다.

순수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시아적

미적 요소가 골고루 배인 곳이다.

사울리바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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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산하는 거 맞아?

왜 자꾸 등산이야?

올라가는 거 이제 싫다니꽈~~~

그래도 여전히 업다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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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고사리과 나무.

저렇게 큰 고사리과 나무 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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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방목 양들아.

너네들과도 아듀~~

참 네팔 말로

앞에----는 '아가리'

뒤에----는 '와사비'

이다.

"너 왜 자꾸 내 아가리야?"

"빔 내 와사비에 서서 와"

나는 빔이 내 아가리나 와사비에

있어야만 안심이 되어 트레킹을 잘 했다.

아마 빔이 없었다면 어쩌면 난 이 트레킹을

완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거의 나의 프라이빗 세르파였던 빔. 

오빠도 나에게 너는 빔때문에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지 아니면 실패했을 거란다.

내가 조금만 빨리 걸어도 " 노노~~슬로리, 슬로리~~"

하던 빔은 나에게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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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우리는 가방 안에 먹을 것이란

먹거리는 다 꺼내어 어린 교사에게

전해주고 왔다.

하나같이 손을 흔들고 악수를 청하며

"나이스 밋츄~~"

하는 게 아닌가?

손등에 뽀뽀까지 서슴없이 해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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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내면을 돌아보고

정리를 나름하여야 하는데

어제 죽은 중국인 땜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여정이

끝나가고 이젠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10일간 떠난 속세로 다시 가야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서울이 그리웠다.

그리고 집이, 침대가, 뜨거운 물이

다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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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폴로 가는 길은 지루하고 돌이 많았고

먼지가 많은 흙길이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2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가기로 합의를 했다.

오빠와 나는 말없이도 그냥 걷는 게 좋았지만

다들 차를 타고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려면 트래킹은 왜 오는거야? 싶지만 뭐 단체인지라

하는 수없이 그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짚차 두 대가 금방왔다.

우리를 따라 다니던 떠돌이 개와도 이별을 해야할 싯점이다.

30분 가량 차를 타고 나야폴 첫 지점인 포터 배정을

받던 곳까지 왔다.

우린 거기서 주방팀과 포터와 세르파들과 헤어져야 한다.

나는 멀미를 해서 차를 타고 오다가 중간에 내려서 걸었다.

최변과 빔이 같이 내려서 걸어주었는데 걸음이 빨라 혼났다.

내 카고백을 맨 라주가 늦게 도착해 다행하게도 멀미기운이

심한 나는 좀 쉬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한국 아줌마 두 명이 자기들도 포카라까지 간다며 버스를 구걸했지만

단체이기에 안된다고 대장이 선을 그었다.

좀 태워주지...

안녕, 빠담, 안녕~~~라주~~~~(생글생글..여전)

빔과 수만은 우리 버스를 타고 포카라까지 와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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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페와호수.

일행 중에 쇼핑을 할 사람들은

쇼핑을 하고

호수에서 배를 탈 사람들은 호수로.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포카라에서

쇼핑은 거의 다 건질 게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7명은 배를 타러갔다.

물고기가 살고있는 페와호수도 볼 게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날씨가 맑은 날은 멀리

히말라야의 산이 쫙 전개되는 곳이다.

멀리 산등성이의 사랑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멀리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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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분 배를 타고 내려 우리도 포카라

중심지에서 쇼핑을 할 시간이 있었다.

우리 팀들이 여기저기서 치약도 사고

배낭을 사는 이들도 있었고 지도를 사거나

캐시미어를 사곤 했다.

캐시미어를 왜 여기서 사나몰라?

거의 다 속는다고 치면 된다.

한국말을 잘 하는 점원들이 우리만 보면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건다.

그냥 시간을 보내다 버스에 올라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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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포카라에서 제일 좋은 축에 속하는

샹그릴라 빌리지 리조트이지만 여기도 물도

시원찮고 뭔가 이빠진 호랑이 같다.

저녁디너에는 우리 테이블 4군데에 오빠가 다

와인을 한 병씩 쏘았다.

그래도 호텔인지라 가격이 꽤 나왔다.

다들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와인이고 특히 이 물랭이

나의 무사한 트레킹 완주를 누구보다 오빠가 좋아했다.

날더러 너 대단하다고 여러 번이나 칭찬했다.

와인을 마시고 저녁 후 2차로 정원에 나무장작을

피우고 다 둘러앉아 양주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와 룸메는 호텔서 하는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약간 엉성하기는 하지만 네팔식 맛사지로 옴메니 옴메니

하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시간을 하고 약 4만원이다.

가격대비 괜찮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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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지도를 보면 포카라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간 지도가 보인다.

어떤 이들은 페디에서 간두룽-촘롱 코스를 택하는데

초보에겐 좀 위험한 코스이다.

내려오다 만난 한국 40대 초반의 남자는 처음엔

ㅎㅊ로 우리 코스로 와봤는데 ABC를 못보고 가서

다시 이 코스로 올라간다고 했다.

처음엔 우리가 간 코스가 제일 안정적이고 고산증

적응이 잘 된다.

우리는 100% 다 완주를 했고 무사하게 돌아왔다.

한국산보다 길이 재미있고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고산증과 함께 저체온증이라는

무서운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늘 조심하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도전해보는 게

바람직하고 60이 넘은 경우엔 산을 아무리 잘 타도

고상증의 위험이 있다면 절대 가면 안되고 고혈압이나

심장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권하고 싶지 않다.

나도 여러 번 가슴이 뛰고, 화살같은 것이 머리를

콱콱 찌르는 경험을 했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카트만두로 간다.

11일째는 별 화젯거리가 없고 공항씬만 있기에

여기서 트레킹 스토리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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