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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모저모

아버님이 남기신 따뜻한 차 한잔

by 북한산78s 2009.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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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남기신 따뜻한 차 한잔

시아버님은 나를 유난히 예뻐하셨습니다.
애교가 있는 것도,다른 형제들만큼
용돈을 드리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아버님이 몸이 편찮으셔서 한동안
경기도에 있는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버님을 뵈러 요양원에 간 날 비가 왔습니다.
어머님은 나를
보시자마자 비어있는 방으로 안내하셨습니다.
방에 들어서니 마른 나뭇잎
냄새와 습기로 인한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뽕잎이다,시아버지가 니 준다고 이리 안 땄나?
이거 말려서 차로 마시면 니한테 그리 좋단다.
아무도 주지말고 니 혼자 묵으래이."
이 많은 뽕잎을
부산까지 가지고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뭐 하려고 이렇게 많이 따셨어요?
몸도 편찮으신데,편히 쉬시지...",

한참 뒤 어머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실은 느그 시아버지 죽다가 살아나셨데이,
뽕잎 딴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진기라.
내 그때 그 양반 꼼짝도 안 하고 누워 있어가
죽은 줄 알았다.영감탱이,뽕잎이 뭐가 중요하다고..."

어머님 얼굴에는 그때의 놀람보다는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이 어려있었습니다.
나는 뽕잎을 집으로 가져가서 정성스레 말렸습니다

얼마뒤 아버님은 내 곁을 떠나 가셨습니다.
나는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뽕잎차를 우려냅니다.
그리고 아주 귀한 차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뽕잎차를 마십니다. 아버님이 손수 뽕잎차를
우려주시는 것 같아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도 아버님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십니다.
"이게 니한테 그리 좋단다.
빨리 묵으라,혼자 다 묵으래이."


  -글쓴이/윤태자님-[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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