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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사진 정보

필름 카메라에 매력을 아시나요^^

by 북한산78s 200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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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름의 매력은 어떤 게 있나요?
디지털에 소홀해지고 아날로그에 집착하게 된 이야기
09.05.12 10:54 ㅣ최종 업데이트 09.05.12 10:54 이동욱 (dnr83)

  
왼쪽은 Nikkormat FT3, 오른쪽은 Minolta SRT202
ⓒ 이동욱
필름카메라

 

"네가 장미를 위해 할애할 시간이 네 장미를 아주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어."

 

이 말은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해준 말이다. 익숙해진 것들을 지켜 줄 책임이 있다고, 너는 장미를 책임져야 한다고. 여우는 책임과 길들여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왕자에게 장미는 소중하다. 그것은 어린왕자가 매일 물을 주고, 유리로 보호해주는 꽃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그 꽃을 이렇게 부른다. "그것은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라고. 어린왕자의 소중한 장미를 닮은 나와 필름카메라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 저기에 미놀타라는 새로운 가족이 들어왔습니다.
ⓒ 이동욱
필름카메라

예전에는 카메라란 장롱 깊숙이 모셔져 있다가 무슨 행사 때나 꺼내지던 집안의 대표적인 귀중품이었던 것이, 요즘은 개도 물고 다닌다는 핸드폰을 비롯하여 주변 곳곳에 없는 곳이 없어서 자신이 알게 모르게 접하고 또 그 앞에 항상 노출되다보니, 이제는 모두가 카메라에 대해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졌다.

 

  
필름카메라를 만지면서 필름을 몇 롤 구했습니다.
ⓒ 이동욱
필름카메라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사진기 앞에서 한껏 멋이라도 부리려면, 집을 나서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현금지급기나 공중화장실을 비롯하여 고속도로 등에서 수도 없이 마주치는 카메라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폼을 잡아야할 판이니, 사방에 널린 카메라를 억지로라도 무시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몇 달동안 모은 돈으로 장만한 DSLR을 몇 년간 애지중지 보물처럼 모셔 지내오고 있는 나에게, 필름카메라의 첫 인상은,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몸으로 전해오는 짜릿한 카메라의 떨림, 귀를 두드리는 경쾌하고도 묵직한 합주곡과도 같은 셔터 소리, 필름 와인더를 젖히는 손가락의 감칠맛 등, 촬영된 사진의 완성도를 떠나 촬영 그 자체만으로도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미놀타에 처음 넣어본 흑백필름입니다. 특별히 넣은 제목은 없습니다.
ⓒ 이동욱
필름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에는 필름 카메라가 저질러왔던 치명적인 실수가 없다. 노출 잘못쯤은 아무것도 아닌,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촬영에서의 낭패, 예컨대 필름 잘못 넣은 채 찍기, 렌즈 덮개 닫은 채 찍기, 촬영한 필름을 되감기도 전에 카메라 뒤 뚜껑 열기, 아예 필름이 들어있지도 않은 카메라로 찍기 등등이 디지털 카메라에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그저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누르면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찍어준다. 거기다가 인물의 배치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각자가 좋아하는 위치에서 찍고 마음에 드는 화면만을 골라가지면 되니 디지털 카메라 촬영은 실수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사진에서 늘 함께해 왔던 앙리 브렛송의 '결정적 순간'이란 말도 디지털 카메라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기다림
ⓒ 이동욱
필름카메라

 

이러한 두 카메라가 찍어낸 사진은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도 다르다. 메모리카드나 컴퓨터 안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화상은 박제(剝製)된 듯 시간이 정지된 채 잠들어 있지만, 인화지위에 새로이 태어나는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그 위에 스스로 시간을 덧칠해 간다. 그러나 두 카메라의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기다림의 차이이다. 

 

  
미놀타와 후지필름과의 조합으로 촬영된 장미입니다.
ⓒ 이동욱
필름카메라

노출계를 확인하고,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돌리며, 조리개링을 돌려가면서 또다시 노출계를 확인하고. 디지털부터 시작한 필자에게는,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한 롤씩 다 감긴 필름을 가지고 있을 땐, 결과물이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기다림을 거쳐 태어나게 되는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머릿속의 기억을 불러내 새로이 숨 쉬게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게 그러한 기다림이란 전설속의 이야기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기다림 없이도 바로 볼 수 있고, 필름 걱정 없이 마음대로 찍어댈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고 지워버릴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요즈음의 빠르고 넘치고 급변하는 세태를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면서 저를 촬영했습니다.
ⓒ 이동욱
필름카메라

 

어린왕자는 매주 화산을 청소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그을음을 털고 대청소를 한다. 늘 자신의 꽃과 별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소중한 것을 보살피고 가꾸는 힘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한번쯤, 디지털은 두고 필름 몇 롤과, 필름카메라와 함께 간단하게 동네 한바퀴를 돌며 그 순간을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 상상만이어도 좋다. 분명한 것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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