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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정보

대만 최고봉 옥산

by 북한산78s 20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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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최고봉 옥산
홍보대사 엄홍길 대장과 ‘대만의 보물’ 옥산(玉山) 올라
타타쟈 등산입구~배운산장~옥산 주봉 왕복하는 1박2일 일정

동북아시아 최고봉인 대만 옥산(玉山·3,952m)은 우리나라 등산인들에게 친숙했다. 불과 16년 전만해도 옥산을 오르기 위해 매년 많은 팀들이 대만을 방문했을 정도다. 하지만 1992년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옥산은 찾아가기 힘든 곳이 됐다. 국민감정은 둘째 치더라도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다른 나라를 경유하더라도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해 전 직항로가 개설되고 왕래가 빈번해지며 대만의 산은 서서히 옛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 옥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바람이 조용해 추위는 심하지 않았다.
올해는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 활동과 더불어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2008~2009년을 ‘대만 여행의 해’로 선포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대만 교통부 관광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인 엄홍길씨를 옥산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5월10일부터 14일까지 등반행사에 초청했다.


대만 에봉 여성 등정자도 함께 산행

옥산 방문단은 엄홍길 대장, 등산연합회 이기창 회장과 임원, 산악잡지 취재진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대만 산악단체 관계자와 현지 가이드 등 6명이 합류해 적지 않은 규모의 답사팀이 꾸려졌다. 산행은 5월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가장 일반적인 등행로인 타타쟈 등산입구처에서 배운산장을 거쳐 주봉으로 오르는 코스에서 진행했다.

등반팀은 옥산으로 들어가기 전, 대만의 대표적인 산악국립공원인 아리산(阿里山)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이곳은 해발 2,000m를 넘는 대만 중앙부의 산악지대로, 아름답고 풍부한 산림자원이 자랑거리다. 하지만 아리산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내서 먼 나라까지 찾아왔는데 날씨가 나쁘면 보통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 햇살이 드는 북릉을 향해 내려서고 있는 사람들.
“대만과 우리나라의 교류를 위해 의미 있는 산행을 하러 온 사람들을 산신령께서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일은 분명 날씨가 좋을 테니 걱정 마세요.”

엄홍길 대장 특유의 낙관론에 기대를 걸며 조용히 잠을 청하는 수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밤새 쏟아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아리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산 아래 운해가 가득했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짙은 군청색으로 빛났다. 정말 좋은 날씨다.

타타쟈 등산입구에서 대만의 여성 에베레스트 초정자 지앙 시우첸과도 합류했다. 옥산에서 레인저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1995년 중국인 여성(티벳 제외)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유명 산악인이다. 답사팀은 그녀의 합류로 더욱 활기를 띄게 됐다.

▲ 옥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한 엄홍길 대장과 답사팀.
산행 시작 직전 대만 교통관광국의 라이서전 국장이 엄홍길씨에게 직접 옥산 홍보대사 위촉장을 전달했다. 산악운동을 통한 한국과 대만의 교류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다. 엄홍길씨는 향후 1년간 대만 옥산의 홍보를 위해 한국과 대만 등에서 활동을 펼치게 된다.


배운산장 가는 길의 아름다운 숲

홍보대사 위촉장 전달식을 마치고 곧바로 옥산 등반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는 해발 3,402m에 자리한 배운산장(排雲山莊). 그곳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날 새벽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는 가장 평범한 일정이다. 산행들머리에서 배운산장까지 거리는 8.5km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타타쟈 등산입구처의 고도가 2,610m이므로 표고차는 792m에 불과하다. 긴 거리를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급경사지대가 거의 없는 코스다.
초반부의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는 곳까지 교통관광국의 라이 국장이 배웅을 나왔다.
타국에서 온 손님에 대한 극진한 환영의 표현이다. 그녀는 산행 후 타이페이의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누고 답사팀과 헤어졌다.

옥산 오르는 길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길 양옆에 웃자란 잡초를 깨끗하게 잘라 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 역시 새롭게 정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천수이벤(陳水扁) 총통이 퇴진하기 전에 옥산을 오르겠다고 해서 최근에 손을 본 것이라고 한다. 새 단장을 마친 길을 우리 답사팀이 먼저 가게 된 것이다.

▲ 커다란 벽을 이룬 옥산 남릉의 북쪽 사면. 엄청난 스케일이 위압감을 준다.
시작지점에서 1.7km 떨어진 맹록정 휴식처의 자그마한 정자에 기대어 뙤약볕을 피한 뒤 가파른 벼랑을 가로지르는 산길을 통과했다. 위험스런 곳마다 널찍한 나무다리와 쇠사슬이 얌전하게 놓여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나 산길 바로 옆은 수백m는 족히 될 듯한 아찔한 절벽의 연속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마득한 계곡은 깊은 수림에 잠겨 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2시간쯤 전진하니 커다란 목조 건물인 백목림 휴식처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했다. 휴식처 건너편으로 옥산 남봉에서 소남산(3,582m)으로 이어진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옥산은 장년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지형과 달리 가파르고 메말랐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듯한 까마득한 절벽을 보면 섬뜩하다.

백목림 휴식처에서 충분히 숨을 돌린 뒤 배운산장을 향해 출발했다. 늘 선두를 지키던 엄 대장은 바람처럼 달려나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히말라야에서 단련된 몸이니 해발 3,000m는 적응 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부지런히 뒤따라 가다보니 왼쪽에 거대한 암벽이 보인다. 유난히 깨끗한 표면을 드러내고 있는 이 치마바위는 이곳에서 대산벽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곳 암벽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지만 우리나라의 백운대나 인수봉에 비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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