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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을 살리자.

by 북한산78s 2007.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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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불법산행’ 어찌할건가

 지난 6일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 정상 부근. 인제국유림관리소 인부들이 산에 흩어져 있는 바위를 정으로 깨 등산로 바닥에 깔고 있었다. 곰배령의 야생화와 백두대간인 점봉산~단목령 구간을 등산하려는 탐방객이 늘어나면서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하는 공사였다.

문제는 곰배령은 물론 점봉산과 단목령 등산이 모두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곰배령은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출입통제구역이고, 곰배령~점봉산~단목령은 국립공원 비법정탐방로여서 들어가다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등산객들은 곳곳에 설치된 ‘출입통제’ 안내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점봉산으로 향했다. 한 등산객은 “등산로를 잘 정비해 놓고 가지 말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세권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장은 “요즘 주말에는 버스 3~5대로 90~150명, 주중엔 3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단목령 꼭대기는 백두대간 마룻금(정상 산줄기)이 지나는 곳이지만, 너른 공터에 벤치와 각종 안내판이 어수선하게 설치돼 동네 야산을 연상시켰다. 이곳도 출입통제구역이지만 산림청은 국립공원 경계선을 따라 점봉산~단목령~조침령 구간 등산로를 2005년 말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산림청이 단목령에 설치한 안내표지판은 출입이 통제되는 국립공원 안 샛길인 ‘오색리’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핵심생태축인 백두대간이 등정 위주의 무분별한 산행과 관리체계의 난맥상이 겹쳐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년에 한번 이상 등산하는 인구의 비율은 1991년 55%에서 지난해 82%로 급증했다. 특히 1980년대 산악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 등산하는 종주가 최근 상업적인 모집산행의 주요 테마가 되면서 대중화하고 있다. 그 규모를, 산림청은 두세달 동안 종주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연간 100~500명, 이삼년 동안 주말마다 종주를 이어가는 사람은 연간 2천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틈틈이 종주에 나서는 수많은 이들이 추가된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절반 가량이 국립공원이다. 백두대간의 마룻금 247㎞가 설악산·오대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일곱 곳을 지난다. 이 가운데 95㎞는 출입통제구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주 등산인들은 이를 묵살한다. 신용석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넓은 산을 다 지킬 수도 없거니와 등산객들이 새벽 시간이나 샛길을 이용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백두대간 종주 열풍과 함께 자연훼손도 심각해,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백두대간 조사에서 마룻금의 토양침식과 나무뿌리 노출 등 훼손이 심각한 곳은 설악산 미시령~마등령 구간 등 5개 국립공원 68㎞에 이르렀다.

게다가 산림청은 백두대간 마룻금을 중심으로 국가등산로(국가숲길)를 지정하기로 해, 노선선정위원회가 이달 안으로 노선 선정을 마칠 예정이다. 여기엔 국립공원 안 마룻금도 점선형태로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식 산림청 등산지원팀장은 “백두대간 등산을 무작정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것도 아니다”라며 “관리부재 상태에서 심각하게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하고 샛길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백두대간 국가숲길 지정에 대해 “국립공원이 지니는 경관생태, 역사문화의 보전 및 후손에 온전히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하돈 백두대간연구소장은 “백두대간 마룻금은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를 나누는 경계로서 상징뿐 아니라 자연의 보고”라며 “정상을 정복하는 잘못된 산행문화가 백두대간으로 확장되는 것을 정부가 조장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생태적 이유만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등산로 정비에 급급한 것은 모험과 단련이라는 등산 본래의 목적을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유영민 생명의 숲 국민운동 정책총괄팀장은 “마룻금에 집착하지 말고 임도 등을 활용해 백두대간의 산촌마을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야 지역개발과 보전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 백두대간

고려말에 구체화된 우리 국토를 보는 개념이자 자연관. 19세기 이후 편찬된 〈산경표〉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산줄기와 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 정간, 13 정맥으로 이뤄졌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 이를 상세히 그렸다. 한반도의 생태계를 남북으로 잇는 핵심 생태축이기도 하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1400㎞이고 남한지역은 684㎞이다. 한강·낙동강 등 5대강이 여기서 발원하고 한반도 야생동식물의 87.7%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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