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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상식

해빙기 산행 요령

by 북한산78s 2007.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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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 산행요령] 동계용품, 아직은 장농에 넣을 때가 아니다
동계용품 아직은 장롱에 넣을 때 아니다
복병 같은 추위와 돌발 위험에 대비해야
▲ 도심은 봄날 같아도 높은 산에서는 한겨울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때가 해빙기다. 기후 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꽃 소식이 들려오는 봄의 문턱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슬슬 산으로 향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초봄의 산은 예상외로 위험한 구석이 많다. 도심의 따스한 날씨와 달리 높은 산은 아직도 한겨울을 방불케하는 찬 바람이 분다. 갑자기 찾아오는 꽃샘추위도 복병이다. 이럴 때 허술한 준비로 산에 올랐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노출되면 대단히 위험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이 즈음을 보통 해빙기라 부른다. 얼음이 녹는 시기라는 뜻이다. 결빙된 강물은 어느 순간 풀리며 다시 도도한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산에서는 봄이 왔다고 해서 순식간에 얼음이 녹아버리는 것은 아니다. 산악지대는 밤낮으로 기온차가 심하고 지형에 따른 온도차도 크다. 때문에 산에서는 낮동안 잠시 땅이 녹았다가도 해가 지면 다시 얼어붙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애매한 계절을 해빙기로 보는 것이다.
대도시 근교 산의 ! 嚥 해빙기는 2월 말에서 땅이 완전히 풀리는 4월 초순까지로 잡는다.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의 북사면은 4월 말까지도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에는 등산로는 최악의 컨디션이다. 똑 같은 길이 새벽에는 빙판이다가 오후가 되면 진흙탕으로 변할 수도 있다.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운 노면을 만나면 사고를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추웠다가도 더워지는 변덕스런 날씨와 형편없는 등산로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꼭 산에 가야하겠다는 사람들은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날이 풀리면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아이젠이나 스패츠도 아직은 배낭에 넣어둬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해빙기에 필요한 산행요령과 채비를 알아보도록 하자.


▲ 해빙기에는 일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일정을 잡도록 한다.
△일몰 전에 산행 마치자

해빙기에는 겨울철 산행을 기준으로 운행 계획을 짜도록 한다. 가벼운 산행이라는 생각으로 나섰다가도 등산로 상태가 엉망이라 예상보다 운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몰 후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므로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
그러나 언제나 산에서는 피치 못할 경우로 하산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산행 도중에 길을 잃었다거나 일행 중 다친 사람이 생기면 일정이 어긋난다. 일시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병목현상으로 지체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헤드램프와 보온의류 등은 배낭 속에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 산에서는 언제나 위급상황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땅 표면은 녹았어도 속은 얼어 있다.


산길의 눈이 어느 정도 녹아 진흙이나 낙엽이 드러났어도 안심은 금물이다. 그 밑의 땅은 아직 녹지 않아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빙기에도 등산로가 미끄러울 때는 아이젠을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산길 옆의 지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얼어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높은 산은 해빙기에도 두터운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특히 북사면의 그늘진 곳은 겨우내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게 아래쪽에 쌓인 눈을 구설층(舊雪層)이라 한다. 해빙기에는 설사면의 표면만 녹고 아래쪽의 구설층은 아직도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은 표면의 녹은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해 매우 미끄럽다.
물과 눈이 섞인 상태로 죽처럼 된 경우에도 보행이 어렵다. 미끄러운 것은 물론 균형 잡기도 힘들다. 아이젠만으로는 안심하고 걷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등산용 스틱과 지팡이를 이용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그 지역을 신속히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떨어지는 돌과 얼음 주의해야


낙석(落石)과 낙빙(落氷)은 해빙기 대형 사고의 주범이다. 특히 해빙기에 낙석이 많은 이유는 결빙되어 있던 흙 속의 수분이 녹기 때문이다. 이 때 그 흙 위에 얹혀 있던 돌의 균형이 무너지며 구르거나 떨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상태의 돌이나 바위를 사람이 실수로 건드려 구를 때는 상당히 위험하다. 아래쪽에 등산로가 있다면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암벽이나 암릉등반을 즐기는 전문산악인들은 물론 일반 도보 산행객도 조심해야 한다. 해빙기에는 약간 불안해 보이는 바위나 돌은 밟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낙빙은 협곡 속의 산길을 지날 때 주의해야 한다. 해빙기에는 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면에 걸려 있던 얼음이 어느 순간 균형이 깨지면서 떨어지기도 한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낙빙은 피하기도 어렵고 몸에 부딪히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해빙기에 좁은 계곡길을 통과할 경우 위쪽을 주시하고 모자를 착용해 머리와 얼굴을 보호해야 한다.


▲ 날씨가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동절기 복장과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 협곡 등을 통과할 때는 상부에서 떨어지는 낙석과 낙빙에 주의해야 한다. / 낙엽이 드러나도록 등산로의 눈이 녹아도 땅 속에 얼음이 남아 있으면 대단히 미끄럽다.


△동절기에 준하는 장비와 복장 챙겨라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해빙기에는 여전히 겨울용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등산화는 오히려 겨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방수성능이 필요하다. 가죽 등산화라면 방수제를 충분히 발라 신발 속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대비한다.
높은 산에 남아 있는 깊은 눈을 헤치기 위해서는 스패츠도 챙겨둔다. 해빙기의 눈은 축축하게 젖어 있어 옷에 닿으면 치명적이다. 바지와 신발을 적시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준비해야할 품목이다. 아이젠도 마찬가지다. 얼었다 녹는 것을 반복하는 등산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필수장비다. 더불어 등산용 스틱도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된다.
방수방풍복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산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의류다. 그밖의 의류는 약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겨울과 마찬가지로 해빙기에도 땀 조절이 쾌적한 산행을 좌우한다. 너무 두터운 동계용 의류는 봄날의 햇살이 부담스럽다. 기초의류로 얇은 내의나 긴팔티셔츠로 준비해 기온이 올라가면 겉옷을 벗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귀찮다고 얇은 옷 한 장으로 버티겠다는 고집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해빙기에는 언제 어떻게 기! 瓚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덧입는 옷은 물론 보온모자와 장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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