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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 산하전경

서울 도봉산 이상한 봉우리

by 북한산78s 2007.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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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별 뉴스

도봉산의 여러 봉우리 중에서도 여성봉, 알봉, 오봉은 그 이름이 특이하다. 어떤 까닭이 있었으리라.

그 내력도 궁금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어서 지난 주말 여성봉, 알봉, 오봉을 찾아 나섰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계속 귀가 시려 겨울 날씨를 실감했다. 누가 그랬다던가. 귀가 시릴 정도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이라고. 우리 몸이 참 귀신이다.

여성봉은 도봉산 서쪽에 있는 암봉으로, 송추 남능선을 타고 오른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의정부행 버스를 타고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하차하면 여성봉 들머리로 이어진다. 유원지를 따라 조금 걷노라면 삼거리가 나오고, 우측으로 꺾어 들면 오봉탐방지원센터(옛 오봉매표소)가 보인다. 송추 남능선 시발점이다. 지원센터에서 여성봉까지는 2.1㎞ 구간. 능선을 따라 오르노라면 좌측으로 송추 북능선과 그 너머 사패산이 보이고,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이 잇따라 전망된다. 오른쪽으로는 북한산 상장능선과 백운대, 인수봉 등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좌우로 펼쳐지는 웅장한 산세에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진다.

◇ 송추남능선 시발점인 오봉탐방지원센터.

◇ 송추 남능선에서 본 송추 북능선과 그 너머 사패산.

산우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여성봉은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봉 정상을 100여 m 앞두고 여성봉 북쪽면을 이루고 있는 바위 한 부분이 ''남근'' 처럼 보여 눈이 번쩍 뜨였다. 소문에는 없던 바위 아니던가. 다만 별도로 돌출한 것은 아니고, 계곡 아래 쪽에 있어 잘 눈에 띄지도 않았을 터이다. ‘남근’을 뒤로 하고, 서둘러 여성봉으로 향했다. 과연 여성봉은 소문 그대로였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커다란 바위 하나가 여성이 무릎을 벌리고 누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그 중앙에는 체모를 연상케 하는 소나무 한 그루까지…. 그러나 여성봉에는 ‘남성바위’도 있음을 감안해 주시라. 여성봉에 서면 생각하는 군상처럼 보이는 오봉의 북쪽면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

◇ 여성봉 북쪽면을 이루고 있는 ''남근바위''.

◇ 여성봉 정상을 밟기 직전의 ''여근바위''.

◇ 여성봉에서 본 오봉.

다시 알봉을 향해 길 떠난다. 알봉은 여성봉과 오봉 중간쯤 오른쪽에 있다. 여성봉을 출발해 10분쯤 후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면 알봉으로 가는 오봉우회길이 나온다. 샛길이 등산로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샛길 찾는 것이 관건. 알봉 정상에는 커다란 알이 하나 빠져 나온 것처럼 타원형으로 구멍이 하나 움푹 파여 있다. 아하, 이 때문에 알봉이라고 불렀던 것일까. 알봉에 올라서니 북한산 상장능선과 백운대, 인수봉, 만장대 등 주봉그룹이 우렁차게 솟아 있고,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에 우이령 고갯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우이령은 아직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갈 수 없지만, 언젠가 해제 되는 날, 도봉산과 북한산의 통로가 돼 숱한 산행 코스가 생겨나리라.

◇ 알봉 정상. 커다란 알이 빠져 나온 듯 타원형으로 구멍이 움푹 파여 있다. 그 너머로 상장능선과 북한산 주봉이 보인다.

◇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의 우이령 고갯길.

◇ 알봉의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 가지 사이로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 만장대가 들어온다.

드디어 오봉으로 향한다. 도중에 오봉의 3, 4봉 사이 안부로 올라서는 길도 나오는데 무조건 우측 길로 진행하면 1봉에 올라설 수 있다. 1봉까지는 걸어 오를 수 있지만, 2봉∼5봉은 위험한 릿지 코스여서 주의를 요한다. 1봉에 오르기 전에 3,4봉 사이의 안부까지 바위 틈으로 기어올라 가 봤다. 때마침 3봉을 내려온 남녀 산꾼들이 다시 자일에 의존해 4봉을 오르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가파른 암벽을 기어오르는 산꾼들이 그저 존경스럽다. 마음 속으로 경탄을 보낸 뒤 지체 없이 내려왔다.

◇ 오봉 가운데 제4봉을 조심스럽게 오르는 여성 클라이머.

◇ 오봉의 제1봉에서 본 2∼5봉.

◇ 하산 길에 한 남녀 등산객이 오봉을 바라보고 있다. 맨 오른쪽부터 1, 2, 3, 4, 5봉이 다 보인다.

오봉은 멀리서 본대로 역시 다섯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 암봉들의 특징은 저마다 바위 하나씩을 이고 있다. 마치 앉아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미국 대통령들을 조각해 놓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의 ‘큰바위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1봉은 북한산 상장 능선에서 보면 가장 오른 쪽에 있으며 멀리서 보면 육봉(肉峯)처럼 생겼다. 1봉까지는 평이한 형태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2봉부터는 암벽등반 대상이어서 전문 클라이머들만이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접근하고 있다.

하산을 위해 오봉에서 우이암 방향의 계곡을 내려서다가 도봉주능선에 이르렀다. 도봉 주능선에서 도봉계곡을 타고 1시간 가량 내려가니 도봉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소요시간 5∼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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