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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 산하전경

[스크랩] 도봉산의 설경(여성봉, 오봉, 우이암)

by 북한산78s 2007.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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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의 설경(여성봉, 오봉, 우이암)

 

 

 

                      <오봉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설경> 

 

 

☞등산코스

 

 송추계곡입구/오봉매표소/여성봉/오봉/오봉샘/우이암/

     도봉계곡/도봉매표소/도봉산역

 

 


  예상외로 포근한 날씨

 

  기상청은 주간예보를 통해 이번 주말에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섭씨 영하 8도의 강추위가 몰아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에는 일요일의 기온이 영하 6도가 된다고 하더니 토요일이 되자 다음 날은 영하 1도로 변경됩니다. 기온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일요일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는 토요일 하루를 집에서 쉬면서 체력을 비축해 둡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눈꽃산행을 한다는 것은 행운이기 때문입니다.

 

  그전 같으면 연속 이틀 산행을 했겠지만 두 차례나 발목부상으로 고생을 한 후로는 주말 연휴에도 하루만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며, 현재도 발목의 컨디션이 완전히 정상이 아닌 상태입니다. 


  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 창 밖을 내다보니 백설공주가 밤을 새워 새하얀 설탕가루를 대지에 뿌리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엉금엉금 기어다니지만 산꾼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서니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목의 나무도 눈꽃을 함박 머금고 있어 가슴이 설렙니다.

 

  구파발역에서 의정부로 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시내버스가 아닌 시외버스에 설치된 카드 리더기는 "환승"이라는 메시지 대신에 800원을 그냥 계산해 버립니다. 서울시와 인천시 그리고 경기도간의 교통협력사업이 잘 되면 이런 문제는 잘 해결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송추계곡입구에서 버스에 내려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갑니다(10:15). 노변의 국립공원안내그림과 정원수를 카메라에 담으니 흥이 절로 납니다.

 

 

  

 

 <정원수와 파란 하늘>

 

 


  입산통제 소동

 

  개천을 따라 직진하면 송추매표소로 이어지지만 필자는 오봉매표소로 가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건넙니다. 눈꽃을 보기 위해 산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오봉매표소까지 갔던 사람들이 입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뒤돌아 나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매표소 측에서 오늘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있어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땡감을 씹은 표정을 짓습니다. 필자도 이른 아침 집을 나오기 전에 기상예보를 들었는데, 서울지방은 별다른 기상특보가 없었고 10시가 지난 현재 날씨는 점점 맑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등산객들은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갑니다. 그때 마침 한 등산객이 114 안내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전화번호를 알아내 입산통제여부를 문의하니 북한산(도봉산 포함)은 해제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매표원을 원망하면서 다시 매표소로 갑니다.

 

  그랬더니 여전히 입산을 통제합니다. 방금 공단으로 전화하여 확인했다고 해도 이들은 입산통제가 해제되면 사무소로부터 바로 연락이 오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확인하라고 했더니 저쪽에서는 여전히 입산통제가 해제되지 않았다고 답변합니다.


  입산이 가능하다고 맨 처음 대답한 사람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주며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하는 등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비로소 입산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옵니다. 국립공원의 입산통제여부를 매표소직원보다도 등산객이 먼저 안 것은 분명히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공단과 북한산관리사무소의 결정이 관리분소와 매표소에 전달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일일이 업무용 전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팩스와 문자메시지 그리고 휴대전화 등 통신수단이 매우 다양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소통이 안되어 휴일의 한 때 설경을  즐기려 온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이러한 행정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봉매표소의 송추지구 안내도> 

 


  미끄러운 여성봉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10:45). 등산로 주변은 은백색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뒤 처지다 보니 먼저 올라간 사람들의 발자국만 따라 갑니다. 여성봉을 거쳐 오봉으로 이어지는 송추남능선은 그 동안 몇 차례 답사한 경험이 있어 등산로는 매우 눈에 익습니다. 가파른 여성봉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여성봉(504m)입니다(11:47). 몇 년 전에는 해발이 330m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실측을 새로 한 모양입니다.     

 

  <설경 1>

 

  <설경 2> 

  

                <설경 3>

 

  <침엽수 위의 눈 덩어리> 

 

  <가야할 여성봉>

 

  <설경 4> 

 


  여성봉은 그 특유의 생김새로 인하여 뭍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오르는 바위에 눈이 살짝 얼어 있어 매우 미끄럽습니다. 평소에는 단숨에 그윽한 골짜기를 치고 올라가는데  오늘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들은 오르면서 미끄러지기를 반복합니다.

 

  나중에 한 남성이 배낭에서 노끈을 꺼내 아래로 내려주자 이를 잡고 잘 오릅니다. 필자도 노끈의 힘을 빌렸습니다. 평소 풀이 자리고 있던 골짜기 위에는 눈이 쌓여 있어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성봉은 아무래도 여름철에 감상하는 것이 제격입니다.


  거대한 바위봉인 여성봉에 올라 오봉을 바라보고는 다시 내려옵니다. 길이 미끄러워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거꾸로 쳐 박힐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으니까요.

 

 

  <여성봉 이정표>

  

  <미끄러운 여성봉을 오르는 사람들> 

  

  <여성봉에서 바라본 오봉>

 

 


  오봉 정상의 고양이 한 마리

 

  침엽수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을 감상하면서 눈꽃 터널을 통과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난간의 쇠줄을 잡으며 오릅니다. 오봉 정상(660m)에 올라(12:30) 서쪽을 바라보면 네 개의 바위봉우리가 차례로 서 있습니다. 오봉 뒤 남서쪽으로는 북한산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동남쪽으로는 도봉주능선의 바위봉우리가 희미합니다.

 

  <설경 5>

  

    <나무 사이로 바라본 오봉>

  

   <설경 6>

 


  배낭을 내려놓고 요기를 하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 주변을 맴돕니다. 한 여성이 샌드위치를 조금 던져주자 얼른 받아먹습니다. 고양이가 홀로 이곳까지 왔을 리는 만무할 텐데 누군가 이곳에 데리고 와서 버렸나 봅니다. 평소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고양이가 먹을 것을 찾지 못해 등산객들에게 접근하여 배를 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야생에 길들여지지 않아 결국은 굶어죽게 되므로 먹이를 주지 말아야한다고 하지만 이곳에 오른 등산객들이 고양이를 보면 불쌍히 여기게 되어 자비를 베푸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지리산에 방생하였던 반달곰이 결국 야생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것도 사람들이 먹이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오봉 이정표>

  

  <정상의 노송>

  

  <오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오봉>

  

  <구름에 가린 남서쪽 북한산 정상부>  

  

  <외로워 보이는 고양이>

  

  <고양이가 사람 주변에만 맴돌아 이렇게 근사한(?) 배경으로 찍으려고 먹이를 던지는 등 많은 공을 들였지만  한번 배가 부른 고양이는 먹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아 애를 태웠음.>   

   

 

 

  비스듬하게 솟은 우이암

 

  오봉에서 오봉능선을 따라 도봉산의 정상인 만장봉으로 가는 대신 오른쪽 길을 따라 갑니다. 능선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오봉은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바위의 모습이 꼭 큰 바위의 몸체에 머리부분의 작은 바위를 올려놓은 장난감 같습니다. 왼쪽 급사면을 타고 내려가 오봉샘을 지납니다. 겨울이라 샘은 바짝 말라있습니다. 두 구비를 돌아가니 도봉주능선입니다(13:43).

 

   <오봉을 돌아 내려가면서 바라본 오봉>

  

  <가야할 우이암 능선>

 

 

  남쪽에 위치한 우이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우이암을 오르는 급경사에는 긴 계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전망대에 서면 도봉산 정상부의 모습이 잘 조망됩니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유명한 칼바위, 주봉,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늘어서 있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조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계단을 지나 높은 곳에 서니 거대한 우이암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비스듬하게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웅장해 보입니다(13:57).

 

 

  <우이암 능선에서 바라본 오봉>

  

  <우이암 계단에서 바라본 도봉산 정상(좌로부터 칼바위, 주봉,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보임) >

  

   <도봉산 정상부 안내도>

  

   <우이암 오름길의 기암>

  

  <비스듬하게 솟은 우이암> 

 

 


  도봉계곡으로 하산

 

  우이암을 카메라에 담고는 몸을 돌려세워 계단을 내려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능선에서는 잠시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동쪽 기슭으로 들어오니 매우 포근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길섶에 위치한 구룡사, 금강암, 광륜사에 들립니다. 도봉매표소근처에 위치한 광륜사의 경우 대문(일주문)을 통과하니 예상외로 커다란 대웅전이 턱 버티고 서 있습니다.

 

  <구봉사>

 

  <금강암>

  

  <길섶의 난간위에 예쁘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 

  

 <광륜사 대문(일주문)>

  

   <제법 규모가 큰 대웅전>

 


  도봉매표소를 지나니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등산용품점과 식당들이 등산객을 유혹합니다. 순두부집에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순두부 된장찌개를 한 그릇 시킵니다(15:25).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따끈한 보리차를 한 잔 마시니 몸이 나른해 집니다. 새로 들어온 한 남성은 막걸리 한 병에 생 두부 한 접시를 시켜 맛있게 먹습니다. 애주가라면 산행 후 마시는 한 잔 술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술을 못하는 필자로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서울근교에서 제대로 된 심설(深雪)산행을 한 것은 아마도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산행에 다섯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입산통제문제로 소동이 있었지만 별 무리 없이 안전하고 유유자적한 산행을 했습니다. 다만 기온이 예상외로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눈꽃이 녹아버린 것은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2006.12.17). 

 

출처 : 펜펜의 나홀로 인생
글쓴이 : pennpen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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