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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 산하전경

[스크랩] 인천 무의도

by 북한산78s 200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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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 가깝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섬
 
무의도. 서울 근교에서 가깝고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도가 있는 곳으로 꽤 유명해진 섬이다. 설연휴의 마지막 날(1월 31일), 귀경으로 복잡한 다른 도로들을 피해 우리 가족도 그곳에 다녀왔다.

▲ 거잠포에서 바닷물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집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도에 도착해, 다시 잠진도 선착장까지 온 시간은 겨우 1시간 남짓이었다. 차들로 복잡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가슴 트이는 바다는 설 명절을 끝내고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아내의 핀잔을 들으며 이용한 공항고속도로의 비싼 통행료 덕에 빨리 오긴 했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무의도에 들어가기 위해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겨울치고 날씨가 푸근해서 다행이다. 차를 다시 돌려 거잠포에서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 거잠포에서 잠진도까지 이어진 도로, 밀물이 되어도 잠기지 않는다.
정확히 오후 2시. 잠진도 선착장으로 다시 나갔다. 그새 카페리를 기다리는 차량의 행렬이 제법 길어졌다. 그런데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다가 깜짝 놀랐다. 왕복이라지만 승용차가 2만 원, 우리 같은 승합차는 2만5천 원이다. 월미도에서 영종도까지 카페리 가격에 비하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섬으로 들어가자며 아내를 부추겼다.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와보겠냐며,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데 비싼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돌아가자는 아내를 달랬다. 이윽고 우리차를 실은 카페리는 선착장을 떠났다. 그리곤 차에서 내릴 시간도 주지 않고 곧 무의도에 도착했다. 배 탄 시간은 겨우 1분. 아니, 길어야 3분?

비싼 돈 주고 섬에 들어왔으니 꼼꼼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볼 수 있는 건 다보고 나가야지. 우선 우리가 내린 큰무리선착장에서 거리상 가장 멀리 있는 광명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 갔다가 하나개해수욕장을 둘러 실미도를 볼 생각이다.

▲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갈매기들이 배를 쫓는다.
해안을 끼고 달리던 길은 몇 번의 언덕을 오르다가 금방 광명선착장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그곳은 ‘소무의도’라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 그림처럼 모여 있는 섬으로 갈 수 있는 선착장이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야 배가 운행된다고 하니 지금으론 정말 그림의 떡일 수밖에.

마을을 한바퀴 돌아 반대편 방파제까지 가보았다. 싱싱한 굴을 따고 있는 주민들, 세월을 낚고 있는 낚시꾼, 찰랑찰랑 작은 물살을 일으키는 파도, 버려진 닻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굴. 날씨도 따뜻해서 우리가족은 오랫동안 바닷가 작은 어촌마을을 기웃거렸다.

▲ 무의도에서 바라본 소무의도
그리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있다는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무의도의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에 섰다. 그런데 나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입장료를 끊으라는 것이다. 입장료!

산보다 바다를 좋아해서 겨울에도 제법 해수욕장을 찾는 게 우리 가족이지만 지금까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본 곳은 없었다. 요즘은 여름에도 입장료 징수를 안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표소 옆에는 마을 주민들의 양식장에서 조개 등을 채취할 수 있는, 즉 어장에 들어갈 수 있는 비용도 포함되어있다는데, 이 추운 겨울에 누가 재미삼아 갯벌체험을 한단 말인가!

또 한 번의 갈등이 일었다. 들어갈까 말까? 그때 버스에서 내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우리가 서 있는 매표소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도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해 했다. 학생들은 한동안 둥글게 모여 회의를 하더니 그냥 돌아섰다. 아마도 회비가 모자란 모양이다. 타고 왔던 버스도 출발해 버렸기에 그들은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결국 투덜대며 2000원짜리 입장권을 손에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무의도에서 제일 큰 갯벌을 가지고 있다는 하나개해수욕장. 1km 길이의 해변은 썰물 때면 갯벌이 1백여 미터 넓이로 드러나고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깔린 갯벌이 드러난다는데, 지금은 넘실대는 파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해변 왼쪽의 얕은 언덕 위에 지어진 앙증맞은 집이 바로 드라마 세트장인가보다. 겨울 바다는 썰렁하기 그지없는데 저것 하나 보러 이곳에 왔다면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럼 겨울 바다에서 한번 뛰어 놀아볼까?

▲ 하나개해수욕장
아이와 함께 해변을 뛰었다. 고운 모래가 발에 밟히는 느낌은 꼭 눈을 밟는 느낌이다. 뽀드득, 뽀드득. 그런데 멀리 해변의 끝에서 해병대 병영체험이 한참이었다. 아니, 꼭 그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곳곳에 걸린 체험단 모집 플래카드를 보니 그럴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번호 맞추고 발맞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고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리는데, 아들은 한사코 그곳에 가지말자며 내 팔을 잡아끈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에서 말 안 듣는 아이 해병대 입소시키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쩌다 그걸 보고서는 자신은 정말 그런데 가기 싫다는 것이다. 올해 7살 난 아이가 벌써부터 군대 걱정을 하다니.

하나개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실미도 유원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이 오늘 무의도에서 마지막으로 가볼 곳이다. 등산을 하지 않는다면 차로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가본 셈이 된다.

'실미도 유원지' 안에는 해수욕장과 무인섬인 실미도가 있다. 썰물 때면 걸어서 실미도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밀물이라 멀리서 바라만 봐야한다.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터벅터벅 걸어서 유원지 입구에 도착했다. 아! 그런데 이곳에서도 입장료를 받고 있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꾸 비싼 배 삯이 생각나고 뭔가 본전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아직 이곳은 사유지라 그런가?

그냥 돌아서 나가려고 하니 아쉽고, 들어가려고 하니 얼마 안 되는 돈이 아깝다. 겨울바다, 뭐! 그게 다 거기서 거기지! 하며 돌아서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 또 언제 와본다고 여기서 그냥 돌아가냐. 결국 해변에 들어섰다.

▲ 실미도 해수욕장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바닷가엔, 호수에서나 볼 수 있는 잔물결만이 우리를 반기고 깊게 패인 사륜 오토바이 자국만이 사람의 흔적을 말하고 있다. 들어올 때까지는 성이 났지만 막상 해변을 걸으니 마음이 찬찬한 파도를 닮아 버렸는지 편해졌다. 아들은 오토바이 자국을 따라 멀리 달려가 버렸고, 아내는 생각에 잠겨 신발이 젖을랑 말랑 하는 거리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머리를 휘날리며 걷고 있다.

▲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무인도, 실미도
실미도 유원지를 빠져나오는데 아까 하나개해수욕장 입구에서 봤던 학생들이 또 입구에 몰려 있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돌아 나올 때까지 그들은 그렇게 매표소 앞에서 서성였다. 과연 이번엔 들어갔을까?
만약 다음에 무의도를 간다면 잠진도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들어갈 것입니다. 섬 안에는 마을버스가 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전화를 걸면 금방 온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는 정류장마다 적혀있고, 한번 타는데 1000원이라고 합니다.
출처 : 아이더 동인천점
글쓴이 : __AKU__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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