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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한라산 르포.......

by 북한산78s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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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르포] 윗세오름 대설원에서 눈꽃의 절대지존을 보다!
영실~선작지왓~윗세오름대피소~어리목 적설기 산행

산을 다루는 본지의 특성상 날씨만 추워지면 늘 한라산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인정한다. 지겹다는 소리도 무리가 아니다. 겨울이면 수많은 한라산 사진과 이야기가 각종 매체를 장식한다. 게다가 이 산은 그 큰 덩치에 비해 오를 수 있는 코스는 네 가닥뿐이다. 한 산을 다양한 코스로 오르며 즐기려는 이들에게 한라산은 못내 아쉬운 산이다.

한라산의 네 가닥 코스 가운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은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두 코스는 중간의 대피소까지만 등행이 허용된다. 등산 좋아하는 사람들 치고 한라산 한번 안 가본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잘 알려지고 코스도 단순한 산을 등산전문지에 소개한다는 것은 솔직히 낯간지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겨울, 우리는 다시 한라산을 찾는다.

해발 1,950m. 남한땅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한라산. 특이한 해양성 기후 탓에 겨울철이면 많은 적설량을 기록하는 곳. 한라산에 눈이 많은 것은 바다와 높은 고도 탓이다. 바다의 수분을 흠뻑 담은 공기가 큰 산을 만나며 엄청난 눈을 뿌리게 된다. 겨울 한라산이 눈구름에 쌓여 있는 날이 더 많은 것은 이러한 지형적 영향 때문이다.

▲ 선작지왓의 대설원. 왼쪽 뒤로 백록담의 화구벽이 솟아 있다.

한라산에 내리는 눈은 전형적인 습설이어서 쉽게 뭉치고 달라붙는 성질을 지녔다. 나무는 물론이요 바위와 사람에게까지 순식간에 눈이 달라붙는다. 그러다보니 한라산 고지대의 나무들은 눈의 육중한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나지막하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이한 환경 탓에 한라산 눈꽃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육지의 어떤 산에서도 보기 어려운 묘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올 겨울에는 비교적 눈이 잦아 육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꽃산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또다시 제주도를 찾게 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올해부터 KTX와 크루즈를 연계해 제주도로 이동하는 새로운 교통편이 열렸다. 열차와 배를 이용하는 이 노선을 이용하면 기존 요금의 30%를 할인해 항공편보다 저렴하게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통수단은 여행의 묘미를 더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배와 열차를 이용하는 여행은 자가용으로 손쉽게 떠나는 여정과는 맛이 다르다. 떠남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교통수단들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다가 교통체증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여행이라 하겠다.

▲ 구름이 걷히는 영실기암.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영실기암은 오전에 보는 것이 낫다’

등산인들에게 제주도는 곧 한라산이다. 제주도를 찾는 가장 큰 목적이 한라산을 오르기 위함이다. 바닷가의 기경과 관광지 탐방은 그 다음 순위다. 한라산을 오르는 코스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정상을 가려면 성판악이나 관음사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경치 구경에 비중을 뒀다면 영실과 어리목 코스가 제격이다.

▲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는 화구벽의 모습.
처음 한라산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남한 최고봉을 오른다는 의미가 각별할 것이다. 하지만 겨울철 눈꽃 감상에는 화구벽과 설원이 펼쳐지는 영실~어리목 코스가 알맞다. 한라산 정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약간의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영실기암 조망은 오전이 더 좋다는 제주 산꾼들의 조언을 듣기로 하고 영실코스를 택했다.

숙소 밖의 창문 너머로 선명한 일출이 떠올랐다. 한라산 산행의 성패는 날씨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부가 눈구름에 가려 있는 날이 많기 때문에 좋은 시야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오늘 제주도는 구름이 거의 없는 쾌청한 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영실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이 산행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곳과 어리목은 정오까지만 입산을 허용하기 때문에 오전 중에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주차장 부근의 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영실휴게소까지 도로는 눈길이었다. 사륜구동 차량만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주차장부터 걸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산길을 따라 조금 들어서니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온다. 햇볕이 사라지니 갑자기 추위가 엄습했고 밀가루 같은 눈발도 날리기 시작했다. 높은 산의 날씨는 변덕이 팥죽 끓듯 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하지만 희끗희끗 보이는 파란 하늘을 믿어보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영실휴게소 가는 포장도로 한쪽에 인도가 설치되어 있다. 겨울철 차와 등산객이 함께 다니는 곳이라 꼭 필요한 시설이다. 취재팀도 이 길을 오르는 도중 빙판에 미끄러져 균형을 잃고 뒤뚱거리는 차량을 볼 수 있었다. 한겨울에는 반드시 이 인도를 이용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영실기암을 보며 오르는 능선길 상단부. 한라산 특유의 탐스러운 눈꽃이 피어 있다.

주차장에서 영실휴게소까지는 20분이면 갈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휴게소 건물 왼쪽의 샛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깊은 숲이 펼쳐진다. 잠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왼쪽 사면으로 붙어 고도를 올린다.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춰서 뒤돌아보니 영실 기암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 위에 눈까지 붙어 신선이 노니는 도량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진짜 눈꽃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숲지대를 벗어나자 동쪽으로 영실기암이 화려한 본모습을 드러냈다. 서서히 쌓여 있는 눈의 양도 많아진다. 간간히 몰아치는 눈보라에 겨울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가파른 계단길이 끝날 즈음 구름이 갈라지며 멀리 서귀포 앞바다가 나타났다. 등산객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야, 정말 멋지군. 한라산은 바로 이 맛에 오는 겁니다.”
눈구름이 물러간 뒤로 시야는 점점 더 맑아졌다. 계단길이 끝나고 평탄한 능선으로 들어서자 눈이 부실정도로 환한 설국이 펼쳐진다. 바닥에도 눈, 나무에도 눈, 등산로 옆 로프에도 눈이 달라붙었다. 한겨울 한라산은 이처럼 화려한 눈꽃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고원 같은 윗세오름 대설원 

실눈을 뜨지 않으면 주변 사물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햇살이 강렬했다. 겨울 한라산에서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눈꽃이 터널을 이룬 숲길을 빠져나가자 광활한 설원이 기다리고 있다. 백록담 분화구 남쪽에 형성된 고산평원 선작지왓은 두터운 눈에 잠겨 있었다. 야트막한 철쭉이 군락을 이룬 이 평원은 봄이면 화려한 붉은 빛으로 등산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하지만 지금은 남극의 설원을 떠올리게 하는 광활함만이 가득하다.

▲ 청명한 하늘과 백록담 화구벽.

멀리 하늘금을 그리는 대설원의 끝으로 뭉게구름이 피어났다. 해발 1,700m 고지. 하지만 우리는 지금 히말라야의 고원에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있다. 눈밭을 가르며 걷다가 털썩 주저앉아 새파란 하늘에 시선을 던진다. 어떤 보석도 발하기 어려운 투명한 코발트색이 마음 속 깊이 와닿는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빛깔인가?

눈 오는 날의 강아지처럼 선작지왓 대설원을 뛰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시각은 오후 1시. 영실휴게소에서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슬슬 시장기가 느껴졌다. 눈밭에서 빠져나와 윗세오름대피소로 향했다. 유인대피소인 이곳은 등산객들의 대피처로 숙박은 불가능한 장소다. 그러나 간단한 과자류와 컵라면을 판매하고 있어 탐방객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어리목 가는 하산길의 설원지대.
대피소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어리목으로 향했다. 하산길 역시 완만한 고산평원이 만세동산 부근까지 이어진다. 산길 오른편으로 어리목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이어진 화물수송용 모노레일이 나란히 놓여 있다. 눈에 거슬리지만 적설량이 더 많아지면 눈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완만한 경사의 산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하늘을 봐도 옆을 둘러봐도 막힐 것 하나 없는 광야의 연속이다. 마음을 비우고 달린다. 하지만 등 뒤에 솟은 화구벽의 현란한 주름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멀어져 가는 한라산을 보기 위해 가끔씩 발을 멈췄다. 한라산 노루처럼 우뚝 서서 뒤돌아보며 산과 이별을 고했다.

사제비약수를 지나면서 길은 숲과 몸을 섞는다. 겨울임에도 참나무숲은 흠뻑 젖어 있다. 오솔길 옆의 울창한 나무들은 비늘 같은 은색 눈꽃으로 단장을 마쳤다. 햇살이 닿은 숲의 정수리는 형광등처럼 하얗게 타들어갔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한라산의 숲이다.

송덕수가 산길 옆에서 비스듬히 졸고 있다. 기근 때 도토리로 사람을 먹여 살렸다는 후덕한 참나무다. 산이 나무를 키웠고 그 나무는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가 귀에 쏙 박힌다. 가파른 길이 끝나고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곧바로 어리목 주차장이다. 생각보다 산행이 너무 싱겁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멋진 눈꽃과 좋은 날씨 덕분에 아쉬움이 더한 모양이다.


# 산행 길잡이

기암과 눈꽃 동시 감상 가능한 코스
영실~윗세오름대피소~어리목 5시간이면 주파 가능

한라산 정상이 목표가 아니라면, 눈꽃과 기암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가 무난하다. 산행 시작지점인 영실(1,280m)의 고도가 높아 쉽게 화구벽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산을 오르며 만나게 되는 영실기암과 눈꽃 터널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경이다.

영실지소 아래 주차장에서 영실휴게소까지 도로 구간이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워밍업 삼아 걷도록 하자. 겨울철 이 코스를 오르기 위해서는 정오 이전에 입산해야 하며(영실과 어리목 동일), 오후 3시 이전에 윗세오름대피소에서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윗세오름대피소에는 매점, 화장실, 광장 등이 갖추어져 있고, 컵라면과 커피, 과자 등을 판매한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어리목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편으로 1시간40분이면 하산할 수 있다. 영실휴게소에서 윗세오름대피소 구간은 제법 경사가 가파르지만, 계단과 난간 등의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 크게 위험하진 않다. 오히려 속도가 덜 나는 이 구간에서 보는 기암절벽과 바다의 조화가 아름답다.
# 교통
한라산 산행기점인 어리목이나 영실까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시간20분 간격(07:50~15:50)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버스 시각을 맞추기 어렵거나 마땅치 않을 때는 제주택시(064-753-6929)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따라 가다 중문쪽으로 가다보면 어리목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2분쯤 올라 매표소를 지나면 주차장이 나온다. 영실로 가려면 어리목 입구를 지나 1100고지 휴게소를 경유해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왼쪽에 영실 입구가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3분쯤 가면 매표소와 주차장이 나온다. 이 도로는 적설기에 체인을 치지 않은 차량은 운행을 통제하기도 한다.
노꼬메오름
서부지역 일등 풍광 자랑

제주도까지 와놓고 한라산을 못 오르는 경우가 있다. 폭설, 강풍 등 기상여건이 나쁠 때 사고예방 차원에서 한라산 관리사무소에서 입산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관광지 탐방이나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 거리를 찾아온 산꾼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KTX와 크루즈로 제주를 찾는 경우에는 시간 여유도 제법 생긴다. 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거나 한라산의 대안으로 오름을 오르는 것은 어떨까. 오름 산행은 시간과 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탐라국의 진면목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탐방법이다. 한라산과 더불어 제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멋진 오름 하나를 소개한다.

▲ 노꼬메오름 정상부의 억새 능선. 뒤로 제주도 중산간의 오름지대가 펼쳐진다.

제주시 애월읍의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노꼬메오름은 서부지역에서는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제주시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왼쪽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오름 하나가 보인다. 뾰족한 두 개의 봉우리가 연결된 능선과 한쪽으로 툭 터져 나온 듯한 굼부리의 형태가 매력적인 이 오름이 노꼬메오름이다.

두 개의 오름이 나란히 솟아 있는데, 오른쪽의 큰 오름을 ‘큰노꼬메’라고 하고, 왼쪽의 작은 오름을 ‘족은노꼬메’라고 부른다. 이 오름은 예전부터 ‘놉고메’로 부르고, 한자 표기로는 ‘高山高古山’으로 썼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노꼬메’로 소리가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 애월읍에서 오름 가는 길에 고무발판을 깔아뒀다.

노꼬메오름(833m) 산행은 외길을 왕복하는 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발지점의 고도가 500m가 넘기 때문에 고도차는 약 300m, 목장길을 거쳐 숲을 통과해 주능선을 타고 오르는 데 약 50분이 걸린다. 산책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난이도가 있는 오름이다. 산길은 애월읍에서 깔끔하게 정비해 두었다.

서부관광도로(95번)에서 산록도로(1117번)로 들어서서 어리목 방향으로 2~3분 정도 달리면 길 오른편에 목장 입구가 보인다.

제주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입구에 노꼬메오름이라는 안내판도 세워뒀다. 애월읍에서 목장 안쪽에 주차장과 등산로 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1월18일부터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목장도로를 따라 1km 정도 걸어가면 제주 특유의 돌담을 두른 커다란 묘지가 보인다. 이곳이 등산로 입구로, 고무발판이 깔린 숲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예상대로 잠시 후 급경사가 시작된다. 오름 산행은 그 형태 때문에 일정 구간 급경사가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기운을 쓰고 나면 널찍한 평상이 설치된 쉼터가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쉼터 하나를 더 거쳐 오르면 주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에 닿기 전까지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한 나무들이 산길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 소나무와 억새가 조화를 이룬 노꼬메오름 능선길.

숲이 끝나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능선 주변에는 철모르는 억새가 하얀 이삭을 흔들며 서 있다. 안개 속에 가린 한라산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쾌청한 날에는 제주도 서부 일대는 물론 한라산 일대를 손금 보듯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능선길을 따라 주봉을 향해 진행한다. 조릿대와 억새가 마루금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능선을 따라 둥글게 돌아가며 제주도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 봉우리 정상에 서면 제주시내와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정상에 오르면 정면에 보이는 경마공원과 제주 서쪽 해안이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능선 오른쪽으로 숲이 울창한 족은노꼬메오름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서부지역 풍광 감상지로 이만한 장소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산은 오른 길을 되밟아 내려간다

 

제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파란제주’가 제안하는 오름 트레킹


제주 전문 여행사인 파란제주(www.paranjeju.net)의 이권철 팀장의 귀띔으로 오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자투리 시간을 보낼 만한 ‘꺼리’로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처음이라면 관광지나 명소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순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산꾼들에게 오름은 은근히 끌리는 구석이 있다.

제주도에 있는 오름은 약 330개에 달한다. 이는 한 섬이 갖고 있는 기생화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다. 또한 오름은 한라산 국립공원 구역 밖이어서 연중 언제나 산행이 가능하다. 악천후로 한라산이 통제돼도 오름은 오를 수 있다. 

제주 토박이인 이권철 팀장은 “오름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오름 산행을 적극 권했다. 그가 추천한 노꼬메오름 외에도 잘 알려진 다랑쉬오름, 그리고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장소로 유명한 아부오름도 멋진 오름 탐승지다. 제주 남서쪽 최고의 전망대인 산방산은 부근 바닷가의 오름인 송악산 구경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오름 산행은 자가용 차량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므로 렌터카를 이용토록 한다. 오름 주변에는 가게나 샘터 같은 것이 거의 없으므로 사전에 식수와 도시락을 잘 챙겨야 한다. 오름 산행은 하루 2곳 정도가 적당하다. 비가 온 뒤나 해빙기에는 땅이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상에 올라서면 바람이 거세니 방풍의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이권철 팀장에게 문의하면 노꼬메오름을 비롯한 유명 오름 탐방과 제주 여행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전화 064-732-4648). 그밖에 제주도 오름답사회 ‘오름오르미’ 홈페이지(www.orumi.net)에서도 오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새벽에 서울 출발해 오후 2시면 제주 도착
항공운임의 절반 값으로 제주 여행 가능해져


KTX와 크루즈를 이용한 제주도 여행은 비용의 저렴함과 여행의 깊은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물론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지겹다거나 피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행에 포함된 이동 중의 기대와 재미까지 살려준다. 다만 아침 첫차를 타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야 한다.

새벽에 집을 나서 5시50분 용산 발 열차를 타고 목포로 향한다. 열차는 광명역에 잠시 정차한 뒤 3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새벽 공기를 가른다. 서대전과 익산을 거친 열차는 오전 9시2분 정확히 목포역에 도착한다.

크루즈 여객선의 목포항 출항시각은 오전 9시30분. 목포역에서 항구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크게 서두르지 않아도 여유 있게 승선이 가능하다. 통합 발권시스템이 가동된 1월18일부터 KTX와 여객선을 연계 이용하는 승객을 위해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목포항과 제주항을 왕복하는 배는 뉴씨월드고속훼리호.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 속으로 커다란 화물차들이 줄지어 사라진다. 얼마나 큰 규모인지 언뜻 짐작이 어려울 정도다. 이 배는 국내의 크루즈여객선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12,000톤급으로 폭 25m, 길이 150.8m, 정원 1,35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다.

배가 크다는 것은 조용하고 안락하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웬만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롤링도 심하지 않다. 그렇다고 절대 느리다는 뜻은 아니다. 이 배는 최고 속도는 23노트(시속 42.5km)로 대양을 항해하는 컨테이너선과 비슷한 정도로 제법 빠른 편에 속한다.

여객선이 항구를 떠나 목포 앞 바다로 빠져나가는 동안 움직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창 밖으로 다도해의 섬이 흐르는 모습에서 이동을 감지할 수 있다. 넓은 갑판에 올라서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니 가슴이 후련해진다. 크루즈 여행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이다.

제주항 도착시각은 오후 2시경. 여객선 도착시각은 바람이나 바다의 사정에 따라 약간 유동적일 수 있다. 바다가 잔잔하면 제 시각에 제주항에 도착할 수 있다. 육지와 바다를 거쳐 오는데도 반나절만에 제주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열차와 여객선을 연계한 제주 여행은 최소 1박2일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2박3일 정도가 적당하다. 철도여행 전문 KTX관광레저(www.ktx21.com)는 겨울철을 맞아 ‘제주 한라산 눈꽃 KTX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열차와 크루즈를 이용해 제주까지 이동한 뒤 윗세오름 산행과 관광을 마치고 항공편으로 귀경하는 일정이다.

한라산 산행은 어리목~영실 코스로 오전 중에 마치는 일정이다. 상품에 포함된 주요 관광지는 일출랜드, 워터월드, 산방산, 외돌개, 성읍민속마을 관람 등이다. 귀경시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유는 여객선을 이용할 경우 목포 도착시각이 너무 늦어 열차편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상품 가격은 1박2일 195,000원, 2박3일 26,5000원. 문의 전화 1544-7786.

 

◆ 서귀포의 펜션들

앙크레 & 색달동 펜션단지

관광산업이 발달한 제주도는 호텔, 민박, 여관, 펜션 등 수없이 많은 숙박업소가 산재해 있다. 그 수가 너무 많다보니 사실상 옥석을 가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 본 곳 가운데 마음에 드는 숙박지는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취재 때 방문했던 서귀포 일대에서 추천할 만한 펜션을 소개한다.

서귀포 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바닷가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시원스런 언덕에 흰색 삼층 건물이 보인다. 펜션 이름은 앙크레로 제주도 방언으로 ‘안집 또는 안채’라는 뜻이다. 모든 객실에서 문섬, 새섬 등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바다가 조망되는 것이 특징이다. 월드컵경기장 내의 대형 할인매장 등 편의시설과 유명 관광지가 가까워 제주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최적의 위치에 있다. 옥상과 정원 등 야외에서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주방이 분리된 원룸 콘도형 펜션으로 15평형, 22평형, 28평형 세 종류의 객실 8실을 갖추고 있다. 펜션 이용객은 렌터카를 할인해 준다. 이용 요금 15평형 8만원(성수기 13만원), 22평형 12만원(성수기 20만원), 28평형 15만원(성수기 25만원). 홈페이지 www.angkre.net 전화 064-738-8890, 010-7179-7346 한상훈 대표.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인근의 색달동 펜션단지는 차분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감귤밭과 방풍림 사이에 펜션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제주도 특유의 산간 풍치를 느낄 수 있다. 총 12개 업체가 모여 있다. 색달동 펜션타운 회장인 강승호씨가 운영하는 자유도시(http://freecity.pe.kr) 콘도형 민박은 8평형, 10평형, 18평형, 20평형 객실 9개를 갖추고 있다. 요금은 성수기 기준 7만~15만원(비수기 5만~8만원). 객실 관리가 깔끔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전화 064-738-8977.

◆ 제주 워터월드

월드컵경기장 내의 물놀이시설

제주도 최초의 대규모 물놀이시설로 월드컵경기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가족 테마형 물놀이시설로 한라산 산행을 마치고 피로를 풀기 좋다. 대규모 물놀이 시설과 함께 사우나, 찜질방, 스파시설을 갖췄다.

바다를 연상케 하는 인공파도 풀, 떨어지는 스릴을 만끽하는 워터슬라이더, 유수풀, 바데풀, 착수풀 등 다양한 테마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우나와 찜질방은 24시간 운영한다. 워터파크 이용요금 대인 25,000원, 소인 20,000원. 사우나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홈페이지 www.jejuwaterworld.co.kr

◆ 세리월드 기구 체험

헬륨기구 타고 하늘로 날아봐

높은 곳에 올라서 보는 풍경은 남다른 면이 있다. 힘들여 산에 올라보는 조망도 좋지만, 좀더 편리하게 조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넘실대는 바다와 아름다운 산록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그 감회가 남다르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바로 옆의 세리월드(www.seriworld.co.kr)에서 기구를 타고 공중부양을 경험할 수 있다. 멀리서도 거대한 은색 기구가 눈길을 끈다. 안내판에는 열기구라고 써 있지만 사실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을 풍선에 채웠다. 자체 부력으로 상승하며 지상에서 케이블로 연결해 상승과 하강을 제어한다.

기구는 지상에서 150m까지 올라갈 수 있고, 높이는 그 날의 바람과 기상 상황에 따라 약간 유동적이다. 한번에 최대 30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직원이 동승해 위급상황시 헬륨가스 배출구를 조작해 안전하게 기구를 조정한다. 기구 탑승시간은 20~25분 정도. 아찔한 높이에 올라 월드컵 경기장과 서귀포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헬륨기구 외에도 3,500그루의 동백나무로 조성한 미로공원과 유로번지, 발칸-X 등의 놀이기구가 있다. 운영시간은 동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하절기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다. 헬륨기구 이용료는 대인 24,500원, 청소년 18,000원, 어린이 10,000원. 미로공원, 유로번지, 발칸-X 통합 이용권은 대인 10,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문의전화 064-739-8254.

◆ 일출랜드

미천굴 중심으로 꾸민 휴양관광지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일출랜드는 미천굴을 중심으로 조성된 5만여 평의 휴양공간이다. 멋진 조경과 아름다운 자연이 잘 어우러져 휴식과 체험 관광을 누릴 수 있다. 염색, 공예, 도자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다.

일명 미천굴 관광지구라고 불리는 이곳의 핵심은 역시 지하동굴인 미천굴이다. 미천굴은 용암굴로 신생대 제4기 초에 생겨났다. 현무암 지대에 형성된 직선을 이룬 수평동굴로 단조로운 형상이다. 동굴 내부에 제주박쥐, 동굴거미류, 나방 등이 서식한다. 지금은 동굴 속에 첨성대, 석심수, 계영지 등의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일출랜드가 위치한 제주 동부지역은 오름과 초원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고 일출봉과 성읍민속마을 등 볼거리가 밀집해 있는 장소다. 전화 064-784-2080. 홈페이지 www.ilchulland.com  

# 별미

◆동성식당 두루치기

제주 돼지와 야채의 기막힌 궁합

여행 중에 같은 음식점을 두 번이나 찾아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서귀포시 토평동의 동성식당은 매번 식사 때마다 동일한 만족을 안겨주었다. 메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두루치기. 맛도 좋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푸짐한 것이 이곳 두루치기의 매력이다. 제주 토박이들이 단골로 찾는 곳으로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이다.

두루치기는 제주 돼지고기와 야채를 양념과 버무려 먹는 요리. 술안주로도 좋고 밥과 함께 볶아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요리법은 먼저 신선한 돼지고기를 양념과 함께 철판에 올려 굽는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은 다음, 고춧가루로 버무린 무채와 콩나물, 매콤하게 간을 한 파 무침을 넣는다. 불을 조금 줄이고 고기에 간이 배도록 잘 뒤집어 충분히 익힌다. 야채에서 나온 국물이 적당하게 졸아들면 상추와 배추 등 신선한 야채와 함께 쌈을 싸서 먹는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쌈과 함께 고추나 마늘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두루치기 1인분 가격은 4,000원. 공깃밥(1,000원) 값은 따로 받는다. 두루치기 외에도 삶은 돼지고기를 국수와 함께 말아서 먹는 고기국수(4,000원)도 별미다. 동성식당은 서귀포 토평사거리 바로 옆 토평초교 입구에 있다(전화 064-733-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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