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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아버지....

by 북한산78s 2008.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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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께서 피토하며 스러지신 날
왠지 멀기만하던 가로등 불빛 너머 하늘은
별 하나 없이 흐리기만 했습니다.
생전에 효도 한 번 못해드리고
반항과 불평만 하던 철부지의 불효를
용서하옵소서

당신을 머나먼 땅에 묻고
한줌 흙을 관 위로 눈물 속에 뿌리던 날
그 날따라 하늘은 회빛으로 낮게 드리웠고
떠나오던 영구차창에 와닿던 빗줄기는
당신의 눈물과도 같이
짙은 슬픔으로 어우러져
내 어린 가슴 쓰라리게 했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에서
딱딱하게 굳어 차갑기만하던 발목과
끝내 눈을 뜨신 채 허공 향해
무언가를 말씀하시듯 운명하시던 그 날
어머님의 통곡소리와
기가 막혀 울지도 못하던 기억
지금도 생생한데
무심한 세월은 턱수염처럼 자라
흘러버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 가까머리 시절
당신 어깨에도 못차던 키로
덕수궁의 박물관 옆에서 찍은 사진,
철부지 막내동이를 유난히도 사랑하셨던
당신의 마음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고보니
조금쯤 알 것도 같은데
어디 자식이
부모 사랑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리겠습니까?
그토록 가고싶어하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당신은 끝내 못보시고 눈을 영영 감으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가신지
어언 이십 여년
당신과 함께 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
사진첩에서나 볼 수 밖에 없는
아버님의 얼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당신의 무덤 앞에
두손 모으고
침묵의 기도 올리면
이제 슬픔도 잊혀진 무심함,
인간사가 야속키도 한데
무덤가 잡초 뽑고
떠나와도 그저 담담한 심정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되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
오늘 밤엔 아버님 모습
꿈 속에서 한번 뵙고픈데
바람은 오늘따라 왠지 싱싱불고
자꾸만 슬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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