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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굶어죽지 않고 자연사하는 게 소원”

by 북한산78s 2007.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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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할아버지 “굶어죽지 않고 자연사하는 게 소원”

월32만원 지원받아 15만원 임대료로 내…정부의 생계지원금으로 빚 갚는 할아버지도


“햇빛이 있습니까? 화장실이 있습니까?”


추석을 맞아서 가족들은 고향집에서 서로 얼굴보기를 꿈꾸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주변의 일명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심수덕(71) 할아버지의 소원은 추석의 따뜻한 분위기가 아니라 한줌의 햇볕과 위생적인 화장실이다.


20일(수)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경제민주화운동본부, 종합민원실)들이 권영길 대선후보와 찾아간 용산 쪽방촌은 서울역에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빌딩숲 뒤편이었다. 서울의 번화가 바로 뒤편인데도, 어두운 방안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수많은 독거노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심수덕 할아버지는 10년 전 발병한 중풍으로 고생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 월32만원을 받아 월세 15만원을 내면 17만원이 남는다. 세끼 식사를 해먹을 형편이 안 돼 점심은 한남동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해결한다. 복지관의 무료 점심은 토요일까지만 제공되기 때문에 일요일 점심은 굶는다. 


할아버지는 “죽는 날만 기다린다”며 “굶어 죽지 않고 이대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 “햇빛을 보는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도 했다. 작은 방안에는 옷가지, 먹다 남은 과일조각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작은 쪽방의 천정엔 큰 구멍이 나있다.]]

 

햇빛이 소원인 할아버지들


이날 동자동 골목에 가을비가 무섭게 내렸다. 민생지킴이들은 몇 달 전부터 안면이 있는 김원호 할아버지가 걱정됐다. 김 할아버지의 방 천정에는 구멍이 나있어 비가 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만난 김 할아버지는 정부로부터 월32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빚이 많은 할아버지는 2004년 신용회복위원회(민간 채권기관이 만든 채무조정기구)에 개인워크아웃(최저생계비를 제한 소득으로 보통 8년간 빚을 나눠 갚는 제도)을 신청했다.


처음엔 월14만원씩 갚다가 재조정을 받아 월8만4000원을 낸다. 정부가 좋은 취지에서 독거노인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채권기관의 빚 갚는 데 국민 세금이 쓰이는 것이다.


월세는 19만원이다. 할아버지는 남은 돈 7만6천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한 끼만 집에서 해결하고, 한 끼는 복지관에서 가끔 얻어먹으며, 나머지는 굶으며 생활한다.


작은 쪽방은 천장에 큰 구멍이 나서 비가 새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비가 새서 비닐로 천장을 막았어”라며 “그래도 내 방은 햇볕이 들어 조금 나아. 지하2층에 사는 사람도 있어”라고 했다. 반지하도 아니고, 지하2층에 사는 할아버지들…. 


김 할아버지는 지난 6월 민생지킴이들의 안내로 개인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쪼들리는 생활비에 다달이 8만원씩 빚을 갚느라고 밥 굶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파산신청이 잘 돼서 작은 여유라도 찾았으면 좋겠어”라고 소박한 바람을 전한다. 

 

 

 

[[한평 남짓한 쪽방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다.쪽방을 방문한 권영길 후보]] 

 


월세부담 크지만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은 ‘그림의 떡’


쪽방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소원은 비슷하다. 정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고, 끼니조차 때우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 월세 부담이 없는 작은 전셋집에 살고 싶다는 것이다. 쪽방촌을 민생지킴이에게 소개한 문덕규(72) 할아버지가 말했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에서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잖아. 근데 우리는 그걸 이용할 수 가없어.”


문 할아버지는 지난 2월 월세부담을 덜고자 국민주택기금을 수탁 운용하는 국민은행에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구청의 요구대로 집주인에게 계약금의 10%인 500만원을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서류를 받아 전세자금 35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뜻밖에 국민은행은 “할아버지의 연봉이 1,000만원도 안 된다”며 연대보증인을 요구했다. 결국 문 노인은 계약금 500만원을 손해 보고, 현재 사글세 25만원을 내는 월셋방에 살고 있다. 문 할아버지는 8개월째 청와대 신문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은 정부의 출연 등으로 조성되며, 무주택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운영 중인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제도는 문 할아버지의 사례에서 보듯이수탁은행의 까다로운 대출심사 등의 문제로 빈곤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문덕규 할아버지는 “대출만 된다면 햇빛도 들지 않는 이런 쪽방 대신, 대출이자만 내며 좀더 좋은 집에서 살 텐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쪽방에 흩어져서 있으면 누가 언제 죽었는지도 몰라. 독거노인들이 서로 소통이라도 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라도 국가에서 지원해주면 쓸쓸하게 빈 방에서 죽어가지는 않겠지….”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지하실 옥상 비닐집 쪽방 움막 동굴 등에서 생활하는 주거빈곤층이 68만3025가구에 총인원은 161만7062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거실태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실태조사는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다.


한사람도 걸어 올라가기 힘들 만큼 가파른 쪽방계단을 오르며 문 할아버지는 “우리도 햇빛 보고 서로 도우며 살고 싶다. 없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아달라”고, 민생지킴이와 함께 쪽방을 방문한 권영길 후보에게 말했다. <끝>

2007년 9월21일(금)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민생지킴이

 

※쪽방촌 할아버지 관련기사 '할아버지! 이제 빚 그만 갚고 한끼라도 더 드세요' 바로가기

http://blog.daum.net/ecodemo/13379738


*민생지킴이들은 지난 5월과 9월 쪽방 할아버지들의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9월 20일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화 함께 방문했습니다.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단(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과중채무자를 위한 ‘나 홀로 빚 탈출’ 상담과 개인파산 신청지원활동, 개인파산·회생제 및 고리대 관련 법률개정운동 등 피해구제 및 제도개선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02-2139-7853~4, 홈페이지 http://minsaeng.kdlp.org ‘상담실’란, 인터넷 다음카페 '고금리 빚탈출 SOS'( http://cafe.daum.net/STOPGORI  )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끝>

 

출처 : 민생지킴이
글쓴이 : 경제민주본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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